[오름이야기]알바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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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알바매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0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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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93.6m 비고:154m 둘레:2,806m 면적:505,969㎡ 형태:말굽형

 알바매기

별칭: 알밤오름. 하율악(下栗岳). 하파마지악(下破麽只岳)

위치: 조천읍 선흘리 산 59-1번지

표고: 393.6m  비고:154m  둘레:2,806m 면적:505,969㎡ 형태:말굽형  난이도:☆☆☆

 

 

많은 변화로 인하여 명칭을 그려볼 수는 없지만 화산체로서의 입지와 환경이 뚜렷한 오름.

 

밤알을 닮은 화산체 두 개가 위아래로 이어져 있음에 연유하여 명칭이 붙었으며 위(上)와 아래(下)로 구분하고 있다. 변화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밤송이나 알맹이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그 모습을 그려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정한 지역을 기준으로 하여 아래쪽이라 알밤이라고 부르는데 한자의 음차를 적용하여 하파마지악(下破麽只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나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알밤오름 외에 바매기(웃바매기. 알바매기)라고도 부르는데 알바매기는 알(아래. 下) + 밤(栗)을 뜻하고, 매기는 애기(아기. 아가)를 나타내고 있다.

정상을 기준으로 북서쪽 방향의 비탈을 따라 언뜻 보기에는 또 하나의 낮은 봉우리가 있어 굼부리로 보일 수가 있는데 화산 폭발보다는 침식에 의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 일찍이 소나무와 삼나무 등이 식재되어서 잘 자라고 있으며 굼부리를 포함하는 일대를 비롯하여 전 사면에 거쳐 잡목들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또한 정상부에는 억새와 잡풀들이 차지를 하였고 기슭과 능선을 따라 자연림들이 펼쳐져 있다. 경방 초소가 있는 만큼 사방을 둘러 전망이 용이한 편이며 한라산 방향뿐만 아니라 해안 쪽으로도 시원하게 풍경이 펼쳐진다.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묘들을 볼 수 있는데 웃밤오름이 이와 다른 환경이고 보면 일찍이 망자들을 맡기기에는 알밤오름이 더 좋은 터로 여겼던 것 같다.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르겠고 계절마다의 특색과 운치가 다르다는 것이 이유가 되겠지만 여름철에 구태여 오름을 가야 한다면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민둥산처럼 벌거벗은 오름을 간다는 것은 그늘이 없어서 너무 힘든 일이기에 우선은 숲으로 덮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도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보다는 아침을 열면서 탐방한다면 더 효과적인데 알바매기의 입지를 감안한다면 오전에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웃밤과 알밤을 연계하는 탐방을 욕심내고 싶겠지만 실상 이 둘은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다.

더욱이 환경적인 요소와 산 체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의 느낌도 다르게 나타난다. 함께 다 만나는 계획으로 진행을 할 경우는 어차피 여건상 내려온 후 다시 차량으로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선흘리를 지나서 알바매기 입구까지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며 이곳 버스 정류소명이 '알바매기/알밤오름'이나 웃밤의 경우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일정 거리를 걸어서 가야 한다.

 

 -알바매기 탐방기-

입구에 도착을 하고 목장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 들어갔다. 워밍업이라고 하기에는 짧은 거리이고 이내 경사가 나오고 오름으로 이어지기 시작하는데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만나게 되었다. 시기적으로 무더운 계절인 만큼 숲도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며 울창하고 푸른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고 일부에는 마치 곶자왈의 넝쿨이나 밀림처럼 군락을 이룬 식물의 생태도 볼 수가 있었다.

무심코 바닥 층을 보면서 걸었는데 떨어진 밤알이 보였다. 주변을 살피면서 유심히 밤나무를 찾으니 유일하게 한 그루가 있었는데 바람에 떨어진 것이었다. 이로써 외형보다는 알밤오름이라는 명칭은 밤나무가 있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제주에는 밤나무가 그리 많지 않은 때문이기도 했다. 

기슭을 따라 능선을 오르는데 여기저기에 묘들이 있었다. 조상숭배를 포함하는 유교사상과 풍수지리를 선호했던 섬나라 사람들의 선택은 망자들을 맡기기에 적합한 장소로 여겼던 모양이다. 알바매기는 별도의 타이어 매트나 산책로 단장은 안 되었지만 미끄럽거나 힘이 부치면 붙잡고 가도록 곳곳에 밧줄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탐방로의 경계를 표시하면서 자연림의 훼손을 방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지만 탐방의 식상함이나 지루함을 못 느끼게 다양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특히 나무나 바위들을 터전으로 삼고 싱그러움을 보여주는 콩짜개덩굴은 인상적이었다.

아침이 열리고 숲의 큰 나무들 사이에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덩달아서 그 숲 향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사가 이어지는 만큼 거친 숨소리가 나왔는데 애써 더 거칠게 심호흡을 하며 숲 향을 맡노라니 기분도 상쾌해졌다. 정상에 도착을 하니 경방 초소가 있었는데 시간이 이른 건지 아니면 강조기간이 아닌 때문인지 비어 있었다.

얼핏 정상에서의 전망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산불 감시 초소 자체가 전망이 용이해야 세워지는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름의 아침을 달래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피할 이유가 없는 만큼 한동안 선 채로 풍경 놀이를 하였는데 그동안 땀이 식었고 가빴던 숨소리도 점차 누그러졌다. 한라산의 모습을 먼저 훔치고 다시 돌아서니 해안 쪽으로는 서우봉과 함덕 마을이 비교적 가깝고 선명하게 들어왔다.

 

웃바매기도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청정의 푸른 숲을 평화롭게 내보이면서 심하게 유혹을 해댔다. 알바매기 정상에서 이제 다른 방향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왔던 곳으로 가도 되지만 백(back) 코스보다는 전진형을 진행을 하는 것이 전반적인 입지와 환경을 살피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무릎 위까지 자란 촐왓(억새 등의 군락)을 지나는 동안 옷과 신발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아침이라서 굵은 이슬이 행패를 부렸는데 선택한 루트인 만큼 달리 방법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동백나무와 넝쿨 형 나무들이 아래쪽까지 숲 터널을 형성해 놓은 때문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낮은 자세로 내려가야 했다.

능선을 따르는 동안에도 여러 식물군들이 보였는데 진한 더덕 향을 뿜어내는 상산나무와 여인의 복수로 표현되는 독초 천남성이 지천에 있었고 고사리과의 관중도 많이 보였다. 오름의 허리를 거의 내려올 즈음에 밤나무를 발견했는데 이번에는 올라갈 때 만난 것처럼 한 그루가 아니고 몇 그루가 뭉쳐있었다.

흔하지 않은 밤나무이기에 고개를 젖히고 더 유심히 바라봤는데 아직은 영글지 않아서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서 작은 다툼이 일어날 정도의 양이었다. 알바매기는 갔던 곳으로 돌아오는 진행보다는 효과적인 탐방을 위하여 진입 후 좌측으로 올라갔다가 우측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좋으며 순서를 반대로 하는 것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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