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입석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입석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18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189m 비고:39m 둘레:1,176m 면적:102,586㎡ 형태:원추형

입석오름

별칭: 입석악(立石岳)

위치: 남원읍 하례리 산 2-1번지

표고: 1,189m  비고:39m  둘레:1,176m 면적:102,586㎡ 형태:원추형  난이도:☆☆☆☆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태곳적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습지와 신비스러운 화산체...

 

오름 등성이에 입석(立石. 선돌)이 있어서 명칭이 붙었다고도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다른 맥락으로는 이 화산체가 있는 아래쪽 마을에 입석동이라고 부르는 마을이 있었던 것과 연관을 시키기도 한다. 우선은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때문에 출입을 할 수 없으며, 이런 환경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오름들에 비하여 늦게 발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석오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연중 못을 이루는 습지를 들 수가 있다. 자체 폭발이 이뤄진 소화산체임을 입증하는 환경적 요인이기도 한데 분화구처럼 패인 습지이지만 원추형으로 구분을 하는 만큼 이곳은 분화구와는 별개인 셈이다.  한라산의 존재와 가치는 자연과 관련하여 무한대의 자산이라는데 대하여 반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식물의 보고이면서 화산섬으로서의 학술적 가치를 비롯하여 자연 생태와 환경을 일컫는데 있어서는 세계적으로도 귀한 보물이라 할 수가 있다. 한라산 등반을 통하여 만나는 것 외에 숨어 있는 자연은 그 가치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치부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자연만을 간직한 이른바 숨은 비경이라 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공 내의 오름들 중에서 입석오름은 특히나 신비와 영험함을 간직한 숨은 오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입석오름의 명칭과 관련한 유래를 이해하는 데는 다소 의아한 생각도 든다. 과거 발견 당시에 서술한 내용에는 이곳과 가까운 주변에 입석마을이 있었던 것과 관련을 하였다. 천진원 쪽에 있었던 입석마을을 뜻하며 4.3으로 인하여 전소되거나 사라진 마을 중 한 곳이다.

그 위치는 해발 1500m이고, 1800m 표지석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에 위치하였다고 정리를 하였다. 이와 관련을 참고한다면 국토지리원의 1/25000 자연생태도에 표시가 되어 있는 위치와 비슷하다. 그러나 해발 1189m이면서 비고(高)가 불과 39m로 기록이 되었으니 오름의 위치나 일대를 육안으로 확인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상의 위치도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 위치했으며 한라산 기슭 깊숙이 숨은 오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밀 조사를 하기란 여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이 된다.

 

-입석오름 탐방기- 

사전 신고와 허락을 받은 탐사단에 합류하여 입석오름을 만난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는데  진행 내내 몹시도 흥분이 되었고 설렐 수밖에 없었다.

입석오름 탐방은 일찍이 알려진 몇 개의 진입 방법이 있으나 당시의 입산 조건은 성판악 휴게소를 초입으로 하는 여정이었다. 지금의 한라산둘레길 중 돈내코~수악으로 이어지는 하치마키도로(병참로) 주변을 통하여 진입을 하거나, 수악교의 보리악 주변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탐방로는 없다.

입산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입석오름만큼은 이렇다 할 코스가 정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발은 성판악이었으나 기점은 달리하였기에 전진 코스로 진행이 된 만큼 행운이 따랐다.  백록담을 향하는 등반객들에 섞여 탐방로를 이어갔는데 목표는 있지만 과정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갈 곳이 있고 찾을 곳이 있지만 정해진 루트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등반로를 따르다 일정한 지점에서 방향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마땅한 곳을 찾아 진입을 하면서부터는 실상 초행이면서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과정이 되었다. 숲은 고요한 적막이 흐를 뿐 돌도 나무도 결코 반기려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우리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냉정하리 만큼 외면으로 일축하려 했지만 성큼 다가가는 자세에 기꺼이 모든 것을 보여주려 했다. 

깊은 숲을 이룬 현장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개방이 된 오름이나 한라산을 탐방하면서 만나는 돌과 나무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고 식생의 과정이 다른 모습이었다. 단순한 빌레를 떠나서 머체왓처럼 자연적 환경으로 이뤄진 현장은 볼품이 덧셈이었다. 계절은 모든 것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있지만 성숙의 시기를 그려보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허리까지 자란 조릿대 군락지를 지나는 동안 비틀대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위대한 자연 속을 헤쳐나가는 과정이나 전진은 만만하지 않았지만 미지의 깊은 자연 속을 만나는 때문에 흥분과 긴장은 멈춰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숲을 헤치며 조심스럽게 이동을 하다가 마침내 숨은 습지를 찾아냈다. 대체 여기가 어디쯤일까.

한라산의 치부를 여기 정도로 여겨도 될까. 숲에 빙 둘러 에워싸인 습지는 고요와 정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빽빽하게 숲을 이룬 아래로는 습한 기운이 더한 때문인지 이끼류와 버섯 종류 등 고귀한 생명체들이 즐비하게 터전으로 잡고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곱게도 단장을 해놓았다.

설계사도 건축사도 없건만 이들은 스스로 꾸미는 방법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습지에도 생명체들이 보였다. 양치식물 중에 다람쥐꼬리는 아예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비나 바람 등의 영향으로 바닥의 일부는 파헤쳐져 있으나 그 모양은 규칙적이었다. 맑고 투명한 습지의 물은 어쩐지 살아 있는 생명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라산 일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노루들조차​ 이 물을 마시기에는 사치로 여길 것 같았고 숲을 지키는 새들도 질서와 규칙이 없으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다. 성숙의 계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푸름을 띤 구상나무가 곳곳에 있고 잡목들이 빽빽하게 주변을 둘러 자생하고 있었는데 경계와 호위를 하기에 너무나 충분한 모습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녹음이 짙은 시기에는 더한 볼품이 있을 게 당연한 일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낮게 안개가 밀려오더니 이내 습지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습지기를 대신하는 산신령이라도 금방 나타날 기세였고 정적이 흐르는 주변은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차라리 나무들이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현장을 만난 탓에 긴장의 부피는 한없이 커져가고 작은 탄성으로 맞으려 했지만 이내 음의 옥타브는 바뀌고 말았다. 아직 취하지도 않았건만 이제 그만 자리를 뜨라는 계시가 내려졌다고 여겼다. 언제 다시 오게 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의 법칙을 잘 알기에 기꺼이 그 부름을 따랐다. 

한라산 기슭을 차지한 입석오름 주변은 말 그대로 자연의 터전 그대로였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태곳적의 자연 그대로를 지키려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바람과 기온이 그러하고 비와 눈도 하늘이 내려주는 그대로를 다 받아들이며 잘 적응을 하는 한라산의 깊은 숲을 차지한 생명의 터전 그대로였다.

자연에 취하여 비틀거리고 현장 상황의 어려움에 흐느적거렸던 날. 카메라가 거추장스러워 스마트폰으로 애써 담은 흔적들은 시간이 지났지만 천재일우의 기회였던 만큼 자연을 향한 성숙과 깨달음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하였다. 또한 살아 있는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스러움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였다. 실로 꿈의 오름이며 자연 깊숙이 숨은 화산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