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거꾸로 매달린 거미
배치레잠자리 한 마리가 더운 줄도 모르고 수초 끝에 매달렸군요.
쨍하고 내리쬐는 볕이 뜨겁기만 합니다.
배치레잠자리를 비롯한 많은 잠자리들이 연못 가장자리를 열심히 날아다니는 사이 그 안쪽으로 분홍과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그 중 분홍색 털부처꽃이 너무 고와 볕 뜨거운 줄 모르고 한참 동안 그 앞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수초 사이에 집을 지은 거미를 발견하였지요.
거미줄에는 크고 작은 거미들이 매달려있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갓 허물을 벗은 긴호랑거미 암컷이 가장 높은 곳에 매달려있고 그 밑 부분에는 탈피흔적이 있으며 바로 곁에는 수컷이 매달려 있습니다.
수컷이 암컷보다 작지요?
긴호랑거미는 보통 8-10월에 나타납니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배에 검은 가로무늬가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어 멋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긴호랑거미는 거미줄의 중앙에 수직으로 지그재그모양 흰 띠줄을 만들어 놓고 그 가운데 거꾸로 매달립니다.
미성숙 개체는 거미그물 중앙에 소용돌이 모양 흰 띠를 만들지요.
거미줄에 매달린 긴호랑거미는 위협을 받으면 몸을 흔들면서 그물을 진동시켜 천적에게 자신의 몸을 더 크게 보이도록 하지요.
물론 빠르게 다른 곳으로 피신하기도 합니다.
요즘 숲을 거닐다보면 그물 가운데 지그재그모양 흰 띠줄을 치고 거꾸로 매달려 먹이를 기다리는 긴호랑거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