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주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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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주체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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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20.6m 비고:35m 둘레:1,649m 면적:61.751㎡ 형태:말굽형

 주체오름

별칭: 흙붉은오름. 주체악. 주토악(朱土岳)

위치: 구좌읍 덕천리 864. 868번지

표고: 220.6m  비고:35m  둘레:1,649m 면적:61.751㎡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에 걸맞게 붉은 토양이 뚜렷이 나타나지만 개간 등으로 인하여 변화가 이뤄진 화산체.

 

산 체에 붉은 송이(스코리아)가 많아서 흙붉은오름이라고 하며 비슷한 맥락으로 주체오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자 역시 붉은 토양을 의미하는 뜻으로 주토악(朱土岳)으로 표기를 하지만 이와 관련한 유래를 정확히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금의 현장 모습을 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주변에 송이가 많이 깔려 있는 것은 확실하다.

등성이뿐만 아니라 굼부리에도 붉은빛을 띠는 화산송이가 지천에 깔려져 있다. 농경지로 개간이 된 지금도 대부분은 지층까지 붉은 모습이 드러나면서 오름의 명칭을 실감하게 한다. 오름의 대부분이 화산재나 송이를 포함하지만 유독 강하게 명칭으로 부여한 점을 두고서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흙붉은오름이라 하면 보통 국공립 지역인 한라산 기슭에 소재한 오름을 떠올리게 되는데 동명의 오름이다. 표고나 덩치 등 어느 면을 견주어도 비교가 안 되지만 주체오름으로 구분을 하여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이곳 주체악은 원형을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되었다. 빼앗기고 개간이 된 것뿐만 아니라 묘한 사연을 간직한 오름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에는 어느 기업에서 골프장 조성용으로 이 오름의 송이를 채취해 가는 만행을 저질렀었다. 그 후 세인들에게 알려졌고 들통이 나면서 복구 명령을 받는 등 참으로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한 경우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북사면 등성에 잔디와 벚나무 등을 심어서 복구의 일환으로 대처를 했지만 현장을 살피면 어설픈 상황이다. 주체로서는 자신의 화구를 농지로 내어준 데다 북사면 기슭을 도둑맞고 할퀴었기에 그 아픔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나지막한 화산체로서 비고(高)는 35m이며 남향의 말굽형이다.

다른 오름에 올라서 바라보거나 좀 떨어진 곳에서는 등성이 확인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산체의 허접함과 낮은 높이를 만나게 되는 때문에 실감이 안 날 정도이다. 오름의 특징이나 비고(高)를 관찰하는 것은 오히려 오름 밖의 길이나 좀 더 먼 곳에서 바라보는 편이 더 낫다.

축사가 있는 옆으로 보면 마치 잘려나간 듯 경사를 이룬 산 체의 외형이 보인다. 역시나 송당과 덕천으로 이어지는 곳의 오름들 중에서 숨은 오름 중 하나이다. 상덕천 삼거리에서 하덕천리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북오름 옆을 거쳐 200m 정도 더 가면 입구에 도착이 된다. 

 

-주체오름 탐방기-

허접하고 산 체가 낮은 주체임을 미리 알고 찾은 때문이었을까. 특별한 기대나 탐방의 묘미는 포기하고 만났건만 입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넓고 평평하게 펼쳐진 곳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바로 그 자리가 주체오름의 분화구였다. 낮은 등성이 빙 둘러져 있는 모습과 그 안을 차지한 화구의 모습에 놀라움이 앞섰다. 개간이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태곳적부터 불모지로 울퉁불퉁하거나 힘들게 다듬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전용 축구장이나 원형 경기장으로 사용을 해도 될 법한 크기와 넓이였는데, 멀리서 볼 때 청보리나 보리밭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공교롭게도 마소의 먹이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 촐 틈에서 꽃을 피운 갯노물이 유난히도 돋보였다. 곡식 재배가 아니기에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안으로 진입을 했다. 경작지와 초지의 구분이라도 한 것인지 현무암으로 쌓아진 돌담이 확실하게 구분을 하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오름 기슭이 보이건만 고개를 들어 바라볼 정도는 아니었으며, 월담을 하고 초지로 들어서니 한 쪽에 대왓도 보였다. 이런 야지(野地)의 대왓이라 함은 보통 제주의 민가를 둘러서 키웠던 흔적이지 않은가. 4.3과 관련하여 잃어버린 마을이나 사라진 집터 등에서도 많이 확인이 되는 모습이라 행여 그 흔적은 아니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터의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사유지이기에 오래전 대나무를 심었던 것이 번창한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잠시 동안 주변을 살피면서 집터의 흔적이나 다른 점이 있는지를 살폈으나 이렇다 할 정황은 안 보인 때문이다. 고개를 쳐들고 방향을 돌리니 북오름이 보였는데 이날 함께 만났지만 괜스레 비교와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산 체만을 두고서야 원추형인 북오름이 우쭐대겠지만 화구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의 특징은 주체오름이 앞설 것 같았다. 낮은 돌담과 허전하게 자리를 잡은 잡목들 틈을 지나서 기슭에 오르니 북쪽의 전망이 트이면서 둔지오름이 보이고 멀리로 해안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가시거리가 좀 더 좋았으면 해안선을 따라서 펼쳐지는 선명한 ​풍경도 담을 수 있으련만 주체는 여기까지만 허락을 했다.

그래도 오름의 정상부라고 시야의 움직임을 보챈 것에 흐뭇할 따름이었다. 화구가 돋보이는 주체의 바깥쪽도 대부분이 농지로 개간이 된 상태였고 화산체의 주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곱게도 단장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작물인지는 모르지만 봄의 중심에서 마르지 않은 연초록색의 싹이 돋아난 모습이 싱그럽게 보였다. 

 

내 고향 사월은​ 고사리가 돋아나는 계절. 4월의 오름 탐방은 이들을 만나는 자체로도 즐겁다. 등성의 곳곳에 고사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한 두 개를 만나면서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지천에 널려있어서 부득이 허리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낮지만 원형에 가까운 화구 둘레를 돌아서 진행 방향으로 이어가도 되었지만 백(back) 코스를 택했다. 큰 의미가 없는 데다 경사나 이렇다 할 환경의 변화가 없는 때문이다.

아니면 고사리 채취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농사를 마친 허허한 밭이랑의 곳곳에  꿩마농(달래)들의 싱그러운 모습들이 확인이 되었다. 딱딱한 대지로 변한 때문에 골갱이(호미)를 필요로 했지만 요령껏 뿌리째 한웅큼 챙겼다. 주체악은 방문한 보답으로 고사리와 달래를 선물한 셈이었는데 일타 쌍피의 득댐을 한 것이다.

마땅히 작별 인사를 할 대상이 없어서 찾다가 다시 갯노물을 만났고 결국 시작과 끝의 인사는 이들의 몫이 된 셈이다. 푸르러야 한다. 싱그러워야 한다. 갈 때 가더라도. 질 때 지더라도..... 입구를 빠져나온 후 돌아서서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과정이 꼭 아쉬움 때문은 아니었다. 비틀거리지 않아도..... 우쭐대지 않아도..... 차라리! 朱土岳이 아닌 酒體오름이 될지언정 더 이상의 변화는 멈춰지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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