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지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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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지미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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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65.8m 비고:160m 둘레:2,636m 면적:423.814㎡ 형태:말굽형

 지미봉

별칭: 지미산(指尾山). 지미악(地尾岳). 종달봉(終達峰). 땅끝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3-1. 4~5번지

표고: 165.8m  비고:160m  둘레:2,636m 면적:423.814㎡ 형태:말굽형  난이도:☆☆☆

 

 

동부권 해안 오름들 중 성산과 함께 전망의 요지이면서 종달리를 수호하는 화산체.

해안 가까이에 있는 오름들은 대체적으로 바다 주변을 중심으로 색다른 전망을 하는 묘미가 있다. 서부권의 수월봉이나 남부권의 재지기오름 등과 같이 동부권에서는 지미봉이 바다 풍경을 전망하게 해준다. 바다와 인접한 오름이기에 숲을 대신하여 주변 섬 등을 포함하는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제주에서 유명세나 선호도를 볼 때 중요한 일출봉이나 우도를 동시에 전망하는데 있어서 지미봉보다 좋은 곳은 없다. 또한 동쪽에 위치한데다 해안 가까이에 있어서 여명과 일출을 만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새벽을 열며 피어나는 붉은 여명 빛은 한 폭의 그림으로 느끼기에 너무 충분하다.

특히나 겨울철을 전후한 시기에 우도와 일출봉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은 환상적으로 보인다.  이렇듯 지미봉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일찍이 정상부는 일대의 전망이 좋은 때문에 봉수대가 설치되었던 곳이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지미봉수대는 지금도 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고 인근의 왕가봉수, 성산봉수와 교신을 하였다.

오름의 명칭인 지미는 땅 끝을 의미하며 이와 관련한 문헌 기록이나 구전되는 내용을 참고하면 참 그럴싸하다. 제주의 서부권인 한경면 두모리가 섬의 머리이고 동부권 끝부분에 위치한 이 오름을 땅 끝이라 하여 지미(地尾)라 하였고, 이를 모태로 지미오름(지미봉, 지미악)이라고 명칭이 붙었다고 전한다.

제주에서 가장 동쪽도 끝도 아니지만 지미(地尾)오름을 풀이하면서 땅 끝이라고 여긴 점을 생각하면 의미가 있다. 표고가 166m로서 해안에 인접한 만큼 비고(高) 역시 비슷한 160m인데 오름 탐방으로서는 최적의 높이이다. 외부(특히나 동, 북 방향)에서 보는 모습은 마치 삼각형이나 원뿔을 연상하게 하지만 정상에서 보면 당연히 산 체의 특징이 다르다.

북사면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녔으나 탐방로를 통하여 오름의 전반적인 형세를 확인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고, 남서사면은 가파른 편이다. 산기슭과 등성을 따라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과거의 수답 공사와 새마을 사업 당시 토석을 채취한 결과로 기슭 아래부터 위험 요소가 발생하여 복구 사업을 펼치기도 하였다.

종달리 마을의 수호신이자 모체가 되는 지미봉은 이런 아픔과 변화를 통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제주올레가 생겨나면서 더 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들고 있고, 전망대와 산책로가 정비되면서 자연미의 일부는 다소 떨어진 상태이다. 그러면서도 전망의 요지로서의 가치와 입지가 드러나는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동부권 해안 근처에서는 최고의 오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미봉 탐방기-

오랜만에 지미오름이나 올라가 볼까. 오후이고 다소 더운 날씨이며 9월의 햇살이 방해를 하는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그럴 즈음 이미 걸음은 지미봉을 향하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종달리 두문포 포구 주변 삼거리에서 일주도로로 연결이 되는 곳을 지나다가 한우물 농산 안쪽으로 들어가면 되며, 일주도로를 통할 경우는 해안도로와 연계가 되는 지점(동제주 교회)을 통하면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법 넓은 주차장 시설이 있으며 표석과 안내문이 있다.  바로 오름 기슭으로 이어지므로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이 좋다. 이정표와 표석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진입로가 있고, 다른 방향의 둘레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면 또 초입이  있지만 보통은 이 방향을 이용하게 된다. 정상으로 가는 산책로는 제법 경사가 심한 편이기는 하지만 소요시간이나 거리를 두고서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기록은 둘째하고 순위나 경쟁이 구태여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느리게 오르면 되지 않겠는가. 자연의 길 그대로와 부분적으로 타이어 매트나 목재 계단을 이용한 산책로의 구성이라 탐방에 도움이 되었다. 꼭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중간에 쉼터용 벤치가 있는데 전망을 포함하는 장소는 아니었으나 이맘때쯤에는 거친 심호흡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

오름의 중턱 정도일 뿐이건만 우도와 일출봉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둘은 언제나 마주보며 화합과 단결을 통한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나 잘나고 너 못나고를 따지는 것은 서로가 손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우도는 일출봉이 있어서 빛나고 일출봉은 우도가 함께 하기에 성산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9월의 야고! 정상부 가까이 도착할 무렵에 연보랏빛으로 꽃을 피운 야고가 보였다.

가파른 경사를 타고 급하게 오르는 지금으로서는 모든 게 귀찮고 힘들었지만 기꺼이 무릎을 꿇고 눈싸움을 했다. 녀석들은 제 철이 언제인지나 알고 불쑥 쏟아났는지 모르겠지만 억새가 퇴색이 되는 시기에 얼굴을 내미는 야고들이 수풀이 우거진 곳을 차지하여 오손도손 피어나 있었다. 척박한 환경으로 보이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보금자리인 모양이었다.  마침내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오름 탐방로 치고는 가파른 경사가 이어지지만 거리나 소요시간에 대한 큰 부담은 없었다.

경방 초소가 보이며 마치 마지막 힘을 내라는 듯 강한 메시지를 보내오기에 힘차게 전진을 했다. 경방 초소를 중심으로 양쪽에 전망대와 휴식용 벤치가 있으나 전망을 위한 장소는 정상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지미봉은 제주올레(21코스)가 지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시간 레이스를 펼치는 도보여행자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힘이 부칠 수도 있지만 전체 코스 중 마무리를 앞둔 시점이라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망대로 내려가지 않더라도 한 폭의 그림이 펼쳐졌는데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시작으로 식산봉과 종달리 모래밭 등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지미봉에서 해안 방향 바라보기를 하는 과정은 좀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성급한 눈싸움보다는 천천히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바라보기 해야 좋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불어오는 계절풍에 고마움도 느낄 줄 알아야 하는데 때마침 쫍지롱한 바다 냄새를 실은 청정의 공기가 밀려오기에 애써 킁킁거리면서 실컷 맡아줬다. 일출봉 때문에 가치는 낮아 보이지만 식산봉이 보였고, 조개잡이 체험 어장을 겸하는 종달리 백사장은 썰물 때를 맞아서 일부 모래밭이 노출이 된 상태였는데 마치 낮은 풀 등이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서 모래 등이 드러났다.

오름 아래 근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채들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행여 지미봉의 기운을 받으며 무병장수 마을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두산봉(말미오름) 역시 전망과 산책로가 우수한 곳인데 한낮의 남쪽 방향은 햇살이 강한 질투와 시기로 인하여 눈 흘김 정도로 지나치고 말았다.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그늘이 없어서 다소 불편하지만 계절풍이 통과하는 지점이라 바람이 불어오면서 도움을 줬다.

주봉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모습 역시 우도가 먼저였는데 길게 누워있는 소의 형세를 그려 봤다.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기보다는 어디론가 떠나려는 동적인 모습조차 떠오르게 했다. 정상을 중심으로 탐방로는 양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잡초나 수풀이 더러 산책로를 침범한 때문에 올라온 방향에 비하여 다소 거친 환경이다.

그래도 건너편을 이용하여 하산할 경우 차량 등의 불편함이 따르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함께 하는 것도 좋다. 평소 백(back) 코스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부득이 시간적 이유 때문에 다시 온 곳을 따라 내려갔다.   그러나 어차피 겨우내 기간 중에 한두 번은 찾을 곳이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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