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거린오름 (큰거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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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거린오름 (큰거린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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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532.2m 비고:153m 둘레:2,516m 면적:369,143㎡ 형태:말굽형

 거린오름 (큰거린악)

별칭 : 아악(丫岳). 걸인악(傑人岳). 거인악(巨人岳)

위치 : 남원읍 한남리 산 2-1번지

표고 : 532.2m  비고:153m  둘레:2,516m 면적:369,143㎡ 형태:말굽형  난이도:☆☆☆

 

 

 나란히 이어진 두 화산체의 입지와 더불어 거대함을 떠올린 명칭이 붙어 의미가 특별한...


 산 체의 봉우리가 두 개로 나눠져 있는 것과 관련하여 거린이라 했는데 이는 ‘거리다’(거린. 두 갈래로 갈라지다는 뜻의 관형어로서 제주 방언)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한자로 아악(丫岳)이나 걸인악(傑人岳) 또는 거인악(巨人岳)으로도 표기를 한 것을 보면 두 산 체의 크기를 두고서 마치 거인의 서 있는 것과 같다는 데서 착안을 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 두 오름은 서로 다른 소화산체이나 같이 이어져 있어서 각각 큰, 족은 거린악(오름)으로 구분을 한 것이다. 서로 맞닿은 등성은 말굽형 굼부리를 형성하였으며 큰 거린은 북서향이고 족은 거린은 남동향으로 벌어져 있다.

전 사면에 걸쳐 자연림 지대로 이뤄졌고 과거 조림사업 당시 심어놓은 삼나무들이 크게 자라서 기슭과 허리까지 빽빽하게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자연미가 넘쳐나고 탐방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일반인 출입 금지 지역이라서 함부로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이 따른다. 한남리 권역의 오름들 중 일부는 탐방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곳을 포함하고 있다. 통행 제한에 해당이 되는 곳을 비롯하여 시험림 내를 포함하는 곳은 별도의 탐방로가 없는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사실상 통행에 제한을 둬야 할 만큼의 자연 보호나 관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험림 내에 위치한 때문이다. 사려니오름인 경우는 사전 예약을 통하여 탐방이 가능하지만 일대의 넙거리(오름)를 비롯하여 머체오름과 거린오름의 경우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이런 때문에 더 자연미가 넘쳐나고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과 멋을 느낄 수가 있다. 

거린오름은 서부권 동광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으며 뜻은 맥락을 같이 한다. 봉우리만을 두고 거론한다면 사방으로 네 개이나 말굽형 화구 두 개가 서로 등을 지고서 맞대어 있는 형태이다. 전체적으로 둥근 원형에서 좀 찌그러진 듯한 형세이며 아쉽게도 굼부리를 가까이서 만나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여타의 오름에 비하여 탐방을 하는 순간은 자연스러움과 함께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큰 거린 정상부에서 만나는 화산탄 몇 개와 화구 위를 빽빽하게 둘러싸인 모습은 그야말로 영(靈)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거린오름의 초입을 두고서 딱히 이곳이다 하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편리한 탐방로를 찾는다면 서중천 계곡 못 미친 곳이 적당하다. 그러나 어디가 된들 불침이 되기에 이를 감안하여야 한다.

 


 -큰 거린오름 탐방기-

거린오름의 초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편리한 탐방로를 찾는다면 서중천 계곡 못 미친 곳이 적당하다. 하기야 어디 오름 한 곳을 두고서 지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는가. 이왕지사 가끔은 전투 모드를 통한 초자연의 숲을 지나는 것도 매력이 있는 법인데 하물며 정로(路)를 왈가불가할 필요는 없다. 서중천 방향을 찾아가는 길을 따른 후 오름목장 방향의 소로를 따라 다리가 나오지 직전까지 들어가면 되었다.

사실 이날은 정로가 아닌 오름목장 근처에서 진입을 한 후 정상으로 올랐다. 출발점을 지나 건천 계곡을 지나면서 만난 현장 중에 특별한 모습이 관찰되었다. 돌을 부여안고서 생명의 끈질긴 연장을 이어가는 나무들의 모습을 만났는데 척박한 작지왓의 공간으로 뿌리를 내린 모습과 커다란 바위 위에서 자생하는 모습도 보였다. 

몇 차례 수풀과 숲이 차지한 곳을 지나고서 마침내 정로가 이어지는 지점을 찾았는데, 겨울철이기는 하지만 삼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푸른 옷을 버리지 않은 채 대자연을 지키고 있었다. 그 현장의 피톤치드 공장은 쉴 새 없이 가동이 되고 있었고 음이온 마트는 대 바겐세일을 하고 있었다. 초반에 울퉁불퉁한 비통행로를 지나는 동안은 다소 버거웠지만 넘쳐나는 산소통을 짊어진 이상 걸음은 점차 가볍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육신은 좀 더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스스로는 거친 심호흡을 통하여 요구에 응했다.  족은 거린악의 정상부에 도착을 했는데 이정표도 쉼터도 없이 잡목들 몇 그루가 있을 뿐이었고, 하물며 전망의 공간마저 이들이 장악을 한 상태였다. 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인색한 나머지 남도 못 보게 하듯 바깥세상과의 눈싸움조차 철저히 방해를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 나올 곳이기에 바로 행군을 이어갔다. 하얀 눈 위에 노루 발자국♪... 나보다 더 부지런한 노루들이 먼저 모인 후 아침 조회를 마치고 다녀갔다. 수순을 따른다면 거린오름 일대를 순찰하기 위하여 떠난 것이 맞을 것이다. 다른 한쪽에는 새들의 발자국이 눈 위에 선명하게 나 있었는데 불침번조차 남겨두지 않고서 날아간 때문에 무슨 새인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족은거린에서 큰거린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게 되는 만큼 두 개의 오름 행보는 이렇듯 오르내리는 반복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조차 백(back) 코스일 경우는 덧셈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면서 다소의 지루함도 느끼게 되겠지만, 그나마 초자연적인 환경으로 이뤄져서 다행히도 성급한 불만을 지닐 필요는 없었다. 위로 오를수록 내린 눈의 양은 더 많이 만나게 되었고 이에 비례적으로 바닥은 질퍽질퍽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부에 오르고서 등성을 따라 이동을 했다. 

일단 등성을 따라서 좌측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기암(화산탄 등)을 만나게 되었다. 몇 개가 어우러져 있는 화산탄의 모습들은 신령스러우면서 영험함을 느끼게 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구성이 된 것은 아니고 일부는 누군가에 의해서 신을 모시듯 돌을 받쳐서 세워 놓은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이 돌들은 사실상 큰 거린오름에서 만나게 되는 특별한 포토존이기도 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거북바위였는데 영락없는 돌 거북이의 등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더욱이  오래된 장수거북이의 모습이었기에 등을 어루만지는 절차를 이행하였다. 조금 이동을 하니 화산탄이 세워진 옆으로 큰 구멍이 보이길래 행여나 하고 쪼그리고 앉으니까 더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몸을 녹이고도 남을 만치의 후끈함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풍혈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풍혈은 낙반이나 암석들이 다량으로 뒤섞여 있는 틈에서 바람이 나오는 곳을 말하며, 여름에는 찬 공기가 흐르고 겨울에는 더운 공기가 새어 나오는 특별한 곳이다. 거린오름에서 주변을 전망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고, 더불어 대단히 자연스럽게 구성이 된 화산체였다. 나무가 우거진 틈새로 그나마 족은거린오름의 모습이 보인 것이 전부였는데 역시나 함께 하는 이웃이라서 이 공간마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리라.

그리고 방향을 돌려 한라산 쪽으로 향하니 유일하게 트인 공간이 나왔는데 지금의 위치를 눈으로 보고 살피니 느낌으로 한 번에 명당임을 알 수가 있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찾아 오기가 힘들고 쉽지 않은 자리인데도 이곳에 묏자리가 있었다. 제주의 옛 조상들에게 있어서 명당은 더 이상 숨을 수가 없었을 텐데, 이미 천리를 해 갔지만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옛날에 상여를 메고서 힘들게 올랐을 것을 생각하니 상상조차 힘들었다. 아니 그보다는 견고하게 둘러진 산담(묘를 에워싼 돌)용 돌들을 어떻게 구했을지 의문이 생겼다.

조금 더 이동을 하니 거린오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지점에 도착이 되었다. 희미하나마 한라산의 설경이 보였고 앞쪽으로는 말찻오름과 물찻오름이 뚜렷하게 펼쳐졌다. 설원의 한라산 정상부를 바라보기 위하여 한동안 기다렸으나 신은 여기까지만 허락을 했다. 계절을 달리하고 찾는다면 참 좋은 위치라는 생각을 하면서 거린오름과의 만남의 순간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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