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봄을 기다리는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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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문화칼럼)봄을 기다리는 바닷가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2.27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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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전 제주예총회장

 

 

이번 겨울 들어서 바다에 처음으로 왔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오게 된 바닷가, 바다를 보며 심신의 고민과 함께 마음의 수많은 생각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정리한다.

살아가면서 내 자신이 낮은 위치에 서 있을 때가 언제이던가?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낮게 위치한 곳이 바다가 아닌가?

낮은 곳에서부터 내가 세상의 일들이 시작하지 않았나. 산이나 들에서도 많은 감상과 명상에 잠기지만, 때로는 이처럼 가장 낮은 위치에서 사색하는 일도 뜻이 있다 할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바다와 이렇게 낮고 가까이서 만나보는 바다가 더 고마운 것은, 내 마음이 자꾸만 멀리 있는 것에 대한 형상에 집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가 아닐까?

확실한 것,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것에 대한 그리움들, 형상들이 점점 확실하게 그리고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내 자신이 확신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가까운 것에 집착하는 걸까?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것에 그리워하는 것들 어쩌면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리운 것들에 대한 확신과 알고 싶은 것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픈 욕망에서 가까운 것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다. 낮은 곳이기에 더욱 겸손해지는 마음이다.

바다에도 높낮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육지 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그런 바다이기에 나는 할 말이 없다. 겸손하기를 바라는 내 자신의 바다이기에 더 이상 나는 할 말이 없다.

 

이제 시작하는 봄기운을 받아서, 봄의 소식을 전달하는 범위를 사람과 마을과 흙과 산과 들에게 전하게 되는 날, 시작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따스한 봄기운은 언제나 낮은 곳에서, 이곳 바다에서부터 출발한다. 봄이 벌써 시작된 바닷가에서, 갈매기 떼들의 비상과 유희를 한참이나 감상하던 시간에 취해, 잠시 내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게 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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