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환경부장관 구하기..“그냥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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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환경부장관 구하기..“그냥 쓰세요..”
  • 고현준
  • 승인 2020.05.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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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손숙 초임 환경부장관 도우라고 환경부 차관 임명 때 생긴 일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김대중 대통령(사진=김대중기념관 홈페이지)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가장 먼저 손숙 당시 유명 연극배우를 환경부장관에 기용했다.

그러나 손숙 장관은 환경전문가가 아니었다.

김 대통령은 손 장관의 환경부 업무를 보좌하여 정책을 잘 펼 수 있도록 장관을 도울 수 있는 인물을 찾아 환경부차관은 환경 전문가를 임명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환경부장관은 손숙 , 국립환경연구원장 출신으로 당시 정년퇴직해 강원대학교 환경공학과 초빙교수로 근무하던 심영섭 교수를 차관으로 기용, 진용을 갖추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사팀에서 심 차관을 검증한 결과 대선 때 상대방 진영에서 활동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 인사 검증팀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이 사람은 대선 때 우리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라 기용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냥 쓰세요..”

그래서 당시 심 차관은 대통령의 이 한 마디로, 환경부차관에 그대로 임명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엄중한 그 한마디..

“그냥 쓰세요..”라는 말은 김대중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인물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요즘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역사지우기가 한창이라는 비난이 계속 되고 있다.

5.18을 맞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청남대에서 철거된다고 하고, 군복을 입은 전두환 대통령이 무릎을 꿇린 채 악을 쓰는 듯한 조형물이 서울시내를 누비기도 했다고 한다.

역사는 과거의 것만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역사를 쓰는 중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역사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좋은 건 당연한 역사고 나쁜 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역사라는 어거지는 있을 수 없다.

한중일 3국의 역사서를 읽어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다.

중,일은 우리가 보기에도 나쁘게만 평한다면 전쟁만을 일삼은 집단이지만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를 미화하는 글을 남긴다.

열국지의 진시황이 그렇고 삼국지의 조조가 그렇다.

일본의 오다 노부가나나 도요또미 히데요시도 마찬가지다.

오다 노부나가 같은 사람은 당시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던 절에 불을 지르도록 해 절에 있던 모든 사람과 함께 불태우고 모두 다 죽여 버렸다.

도요또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일본은 이런 오다를 남자 중의 남자로 만들었고, 도요또미는 영리한 사람이라는 별명을 붙여서 그들을 칭송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을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일에 몰두하는 역사다.

내가 권력을 잡으면 가장 먼저 정적을 처단했다.

그런 역사가 처음부터 끝까지다.

한 사람도 우리나라 역사에는 훌륭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남아 있는 인물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정도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그렇다. 후세들이 그런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해 배울 것이 거의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3공화국 시절 박정희 대통령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핍박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라고 200억원의 예산을 승인했다.

이 예산은 노무현 대통령 때 전액 삭감됐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전 국민의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경제난국을 타개했다.

누구를 미화하려는 얘기가 아니다.

역사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역사다.

그 역사 자체를 누구를 단죄한다고 해서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오늘의 이 역사가 영원히 옳고 정의로운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역사 속에서 나만 옳다는 역사는 없다.

어떤 역사건 좋은 역사도 있고 기억하기 싫은 역사는 있기 마련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후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해도 박정희 대통령이 다 해 놓아서 할 게 없다는 얘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도 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으로 날아가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참으로 대범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이 새삼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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