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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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 고현준
  • 승인 2021.04.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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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 35주년..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10주년..걷는사람 출판사 발행

 

2021년 4월 26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3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6년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진압 및 복구에 동원되었던 20여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되었으며, 방사능 낙진은 전 유럽과 아시아 일대까지 영향을 미쳐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세계문학선 네 번째 작품인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는 체르노빌을 상징하는 마을 ‘체르노보’로 귀향한 80대 노인 ‘바바 두냐’의 이야기이다.

이 노인의 삶을 통해 잿더미 같은 현실을 딛고 서는 사랑의 기적을 담아낸 소설이다.

‘바바 두냐’는 체르노빌 지역의 알레고리인 ‘체르노보’로 귀향한 여성이다. 원전 사고 이후 나머지 세상에 사는 이들은 삑삑대며 방사능 수치를 나타내는 가이거(Geiger) 계수기와 방사능에 오염된 숲속 열매를 두려워한다.

원전사고의 비극을 묵시적으로 증언하는 망자들의 목소리는 체르노보가 산 자들의 땅이 아니라 죽은 자들의 땅임을 보여주지만, 간호조무사였던 바바 두냐는 그곳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새 삶을 일군다.

 

책 내용중..

 

지금도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게 매일같이 놀랍다. 혹시나 또한 자신의 이름이 이미 묘비에 새겨져 있음을 알려 하지 않고 유령으로 휘휘 돌아다니는 망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하고 이틀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군가는 돌아다니는 망자들에게 말해 주어야겠지만 과연 누가 그렇게 뻔뻔하겠는가. 나는 아무도 내게 말해주는 이가 없어서 기쁘다. 나는 세상의 온갖 것을 다 보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죽음은 올 수 있다. 하지만 부디 점잖게 오기를. (17~18쪽)

 

세상에서 젊다는 것처럼 지독히 끔찍한 건 없다. 아이 때는 그래도 낫다. 운이 좋으면 너를 보살펴줄 사람이 있다. 하지만 16세부터 상황은 혹독해진다. 사실 너는 여전히 아이지만 모두가 너를 어른으로만 본다.

사람들은 나이와 경험이 너보다 더 많은 사람보다 너를 더 손쉽게 짓밟을 수 있다. 아무도 너를 더 이상 보호해 주려 하지 않는다. 너는 끊임없이 새로운 임무를 받는다. 아무도 너에게 새로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결혼 후에는 정말로 힘들어진다. 갑자기 너는 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갈수록 점점 더 휘어지는 네 등에 올라타려 한다. 그러나 너는 여전히 어린아이다. 너는 이미 언제나 아이였고 아직 한참이나 아이로 머문다.

운이 좋으면 네가 늙었을 때 반쯤 성인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너는 젊은이들에게 동정심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그 전에는 왜 젊은것들은 늘 여전하냐며 시샘한다. (108~109쪽)

 

 

반원전과 탈핵, 평화의 서사로 읽히는 이 소설은 폐허 속에서 이해와 사랑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펴낸 곳 : 걷는사람

지은이 : 알리나 브론스키

옮긴이 : 송소민

가격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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