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구불구불 울퉁불퉁 커다란 나무의 줄기가 자기 수피만큼이나 굴곡져 있습니다.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리는데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으면 줄기가 곧지 못하고 저리도 비틀어진 것일까요?
편안한 터전을 제 힘으로 고르지 못하는 비애와
어찌되었든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며 악착같이 살아보려 했던 나무의 세월이 줄기의 모양에서 전해집니다.
아마도 이 나무를 뒤집어 놓으면 뿌리 또한 하늘을 향해 뻗은 줄기와 가지만큼이나 구불구불하겠지요?
앙상해진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무가 물구나무를 선 것 같습니다.
어쩜 겨울 숲의 나무들은 모두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나무에는 줄기 가득 험하게 생긴 혹들이 돋아나 있습니다.
가시의 흔적도 뿌리의 흔적도 아닙니다.
하필 산책로 바로 옆에 서 있어 그 옆을 스치고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혹시 옆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나무의 뿌리를 너무 밟아대서
그 아픔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마저 듭니다.
온몸으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는 나무들이 어쩌면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료제공=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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