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한때 비가 시원하게 쏟아졌습니다.

남아있던 빗방울이 설익은 까마귀베개 열매를 타고 주루룩 미끄러져 내립니다.

암석원에는 감나무가 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비가 내린 후여서 산책로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더군다나 산책로 주변 나무줄기 이곳저곳에 붙어있던 매미들의 우렁찬 울음소리에도 윤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바둑판처럼 갈라지는 감나무 수피에도 애매미 한 마리가 달라붙어 열심히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매미가 어디에 있냐고요?

이제는 보이시지요!

얼핏 감나무 수피와 비슷하게 보여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군요.

줄줄줄 주을주을~

재미있게도 나무줄기 위쪽에서 울던 애매미는 갈지자(之)로 슬금슬금 내려오면서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그 사이 어디선가 유지매미 한 마리가 날아와 서로 화음을 넣어가며 이중창을 이룹니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머리가 뱅글뱅글 돌 지경이었죠.

그나마 머리 위에서 살랑바람에 흔들리던 넓적한 감나무 잎들이 그늘을 만들어주어 다행이었습니다.

짧았지만 시원하게 내려준 비 덕분에 숲에는 다시 활기가 돕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