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소나기가 쏟아진다고는 하지만 연일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숲을 찾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적당한 산책 후 나무 그늘에 앉아 서로 담소를 나누며 땀을 식히는 것 또한 좋은 피서의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숲길을 들어서니 커다랗게 자란 고사리가 반갑다고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를 건네더군요.

숲에는 짙은 초록물결로 가득차있습니다.

문득 이맘때면 보라색 꽃이 피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정말 그 꽃을 만났습니다.

두 송이가 사이좋게 피어 합창을 하는 듯 하지요?

이 꽃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방울꽃'입니다.

숲의 습기 있는 그늘에서 자랍니다.

네모진 줄기의 끝부분이나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위를 향해 피어나는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어버리지요.

화관이 통모양인 보라색 꽃은 하늘을 향하고 있지만 밑부분이 약간 굽었습니다.

그리고 통꽃 속에는 4개의 수술이 있는데 그중 2개는 길고 2개는 짧지요.

마침 곤충 한 마리가 꽃으로 날아들었습니다.

곤충은 꽃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꽃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 가장자리를 물맴이처럼 뱅글뱅글 맴돌면서 한참 동안 꽃에 빠져있다 날아가더군요.

사실 꽃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숲길을 산책할 때는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주변을 살피며 걸으십시오.

그럼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 또한 숲길을 걷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숲이 참으로 풋풋하면서도 시원합니다.

숲으로 더위 식히러 오십시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