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머귀나무의 줄기는 온통 자그마한 둔덕들로 덮여 있습니다.
그 둔덕 위로 무시무시한 가시가 돋아나 아직 어린 나무줄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투적인 가시들도 세월이 흐르고 줄기가 굵어지면서 그 끝이 뭉그러져 한없이 부드러워집니다.
어쩌면 이러한 나무의 특성이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귀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장렬하게 내리 쬐는 여름햇살을 만끽하는 듯 줄기를 활짝 펼치고
깃털처럼 갈라진 나뭇잎들을 넓게 펼쳐 살랑거립니다.
가지 끝마다 피어난 꽃들은 하늘을 향해 솟구쳤습니다.
그 꽃으로 곤충들이 몰려듭니다.
제비나비가 꽃 속으로 긴 대롱을 들이밀었고,
은줄표범나비 또한 노란 꽃 위에 편하게 앉아 꿀을 빨고 있습니다.
호랑나비는 다른 꽃을 향해 이동을 하고 있는 중이며,
벌꼬리박각시는 힘찬 날갯짓으로 공중에 떠 있는 채 꿀을 빨고 있습니다.
그리고,
벌과 파리 종류의 자그마한 곤충들이 달라붙어있는 꽃차례에는
호랑나비 애벌레 또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머귀나무 꽃을 찾는 곤충들이 참 다양도 하지요.
꽃이 지고 나면 동그란 열매들이 맺힙니다.
과피가 붉게 익어 벌어지면 그 안에 까맣고 반들거리는 종자가 모습을 드러내지요.
매운맛이 나는 종자를 새들이 좋아합니다.
가을이면 열매를 물고 있는 새를 만날 수 있겠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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