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억새에 매달린 한 쌍의 곤충이 보입니다.
마치 어미가 새끼를 업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짝짓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팔공산밑들이메뚜기'이군요.
팔공산밑들이메뚜기의 몸은 전체적으로 초록빛이고, 더듬이는 황색이네요.
겹눈 뒤쪽으로는 굵은 검은색 줄이 진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이 곤충은 다른 메뚜기 종류에 비해 날개가 매우 작아서 마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날개가 퇴화되어서 적갈색의 흔적만 남은 것이지요.
암컷이 수컷보다 큽니다.
그래서 암컷이 수컷을 업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모습이 마치 어미가 아기를 업은 듯 포근하게 보여 영 어색하지만은 않습니다.
오늘따라 짝을 이룬 팔공산밑들이메뚜기들이 많이 보이네요.
짝짓기를 하는 메뚜기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런데 맞은편에선 긴호랑거미가 먹잇감을 잡은 모양입니다.
거미줄 한 가운데서 무엇인가를 감싸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메뚜기가 거미줄에 휩싸여 있더군요.
아마도 짝을 찾아 헤매다 거미줄에 걸려든 모양입니다.
자신의 앞날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존재는 없겠으나
앞서 본 곤충들과는 달리 거미줄에 걸려버린 메뚜기의 처지가 가련하기만 합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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