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할단새와 대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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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할단새와 대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 김이택
  • 승인 2014.03.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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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제주시 기획예산과 기획담당

김이택 제주시 기획예산과 기획담당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카투만두라는 작은 왕국에는 '할단새'에 대한 전설이 있다.

 

그 곳의 낮은 따뜻한 봄날 같은데, 밤이 되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 새는 낮에는 먹이감을 구해 배불리 먹고 이곳 저곳을 활강하며 즐긴다. 그러다 해가 지면 히말라야의 찬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는 혹독하게 추운 밤이 찾아온다.

 

할단새는 다른 새들과 달리 미처 집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깃털로 무장했어도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 새는 추위 속을 헤매면서 이렇게 결심한다. '내일은 꼭 집을 지어야겠다. 반드시!' 고통의 밤이 지났다.

 

그 혹독한 추위에도 잠깐 눈을 붙였던 할단새는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 너머로 내리쬐기 시작하자 문득 눈을 뜬다. 춥고 어두운 밤을 지샜던 이 새의 눈앞에는 아침 햇살에 빛나는 은세계가 펼쳐진다.

 

할단새는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날아 오른다. 은빛 세계를 활강하는 즐거움을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집을 짓겠다는 지난밤의 굳은 결심은 그만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하지만 밤은 곧 찾아온다. 살갖을 파고드는 추위 속에서 이 새는 다시 결심한다.

 

'내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집을 지어야겠다.' 하지만 아침이면 결심은 금방 잊혀지곤 했다. 그러서 사람들은 그 새를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고 불렀다.

 

24절기의 스물한째 대설(大雪)은 한해 가운데 눈이 가장 많이 온다고 하여 대설이지만, 원래 24절기의 기준점 중국 화북지방과 우리나라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꼭 이때 눈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라는 시에서 눈이 오는 정경을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라고 읊조린다.“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눈이 보리를 덮어줘야 추위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눈이 오지 않으면 기우제처럼 기설제(祈雪祭)를 지냈다. 숙종실록 11년(1685) 11월 13일 자 기록 “절후(節候)가 대설(大雪)이 지났는데도 한 점의 눈도 내리지 아니합니다. 중신(重臣)을 보내서 기설제(祈雪祭)를 종묘(宗廟)와 사직단(社稷壇) 그리고 북교(北郊)에서 행하기를 청합니다.”라고 임금에게 청하는 부분이 있다.

 

혹독한 추위의 밤 동안 할단새는 늘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고 맘먹지만 따뜻한 낮에는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 그렇게 낮에는 즐기다가 늘 밤이 되면 추위에 떨며 후회하는 할단새,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때로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앞날을 대비하는 자세는 할단새나 대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공직자로서 우리들에게는 많은 책무가 주어져 있다.

 

시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의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위해 사전 대비활동은 물론 각종 시정시책을 발굴, 시행해 나가고 있다. 행복한 시민, 살고 싶은 제주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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