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싸락눈 흩날리는 날
사무실 벽면을 빼곡히 덮고 있던 담쟁이덩굴 잎들 중 애써 떨어지지 않고 버티던 몇 장의 잎들이 매서운 겨울바람 맞으며 위태롭게 떨고 있군요.
12월의 첫 번째 날, 싸락눈까지 흩날리며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합니다.
잎 떨어진 줄기에는 까맣게 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습니다.
9월부터 매달려있었을 열매들이 대부분 쪼그라들긴 했지만
잎 떨어진 줄기에 풍성하게 매달린 열매들의 모습은 그저 아름답기만 합니다.
그런데 새잎이 돋아나던 봄, 어린잎과 나란히 자라던 덩굴손 끝부분이 하얗게 말라버렸네요.
몇 가닥으로 갈라진 덩굴손의 끝에는 동그란 흡착근이 생기는데,
이 흡착근이 담벽이나 바위, 나무 등에 닿으면 단단하게 달라붙어
줄기를 지탱하며 줄기가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근과 흡반이 발달하여 담을 잘 타고 올라가는 덩굴이라고 하여 담쟁이덩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지요.
잎이 벽면을 무성하게 덮고 있을 때는 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애써 궁금하지 않더니만
사마귀알집이 붙어있는 줄기가 난데없이 도드라져 보여 놀랍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줄기에서 뻗어 나온 잎과 꽃 그리고 열매를 찾아 드나들었던 제주밑들이메뚜기와 나방 애벌레, 벌 등의 곤충들이 많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었지요.
막 꽃이 피고 지던 때에는 누룩뱀도 담쟁이덩굴을 타고 지나다녔습니다.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나저나 아주 추운 날입니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지요?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