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차분해진 풍경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하얀 눈길 위를 거미 한 마리가 돌아다닙니다.
눈 위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지 제법 신중하면서도 빠른 몸놀림으로 누비고 다니지만 거미가 지나간 자리에는 발자국조차 남지 않습니다.
거미가 재빠르게 지나간 너머로 정갈해진 광경의 산책로가 펼쳐지더군요.
멀리 견월악까지 또렷이 보이는 맑은 날입니다.
수생식물원은 반 이상이 얼어붙어 마치 하얀 들판처럼 보입니다.
뽀얗게 눈 덮인 연못 위로 새들이 앉았을 법도 한데 그 누구의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고
노루가 연못 가장자리를 성큼성큼 지나갔던 흔적만 둔하게 남아있더군요.
그래도 연못 한 귀퉁이의 얼지 않은 부분에서는 물이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쪽 연못 가장자리에서 방금 지나갔음직한 족제비의 흔적을 보았지요.
눈 위에 작지만 앙칼지게 새겨진 족제비의 발자국은 참 인상적입니다.
운이 좋았으면 눈 위를 날듯이 뛰어다니는 족제비의 모습을 보았을 뻔 하였지 뭡니까.
암석원의 눈 쌓인 풍경도 차분하게 펼쳐졌습니다.
기온이 슬금슬금 오르는 것이 내일은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는걸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