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벌어진 열매와 모여드는 새들
낙엽 헤치고 고개 내미는 세복수초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가 부쩍 기운을 차린 모양입니다.
볕이 너무 좋아 주변에서 마른 식물들조차 아우성을 치며 기지개를 켜는 듯 경쾌한 소리를 냅니다.
더군다나 키 큰 곰솔로 작은 새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잔치를 벌이는지 아주 시끌벅적 합니다.
곰솔 열매들이 한꺼번에 활짝 벌어졌거든요.
이틈을 놓칠세라 검은머리방울새를 비롯한 여러 새들이 곰솔로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사진으로는 숨은 그림처럼 잘 보이지 않지만 저 곰솔의 가지 사이마다 작은 새들이 숨어 있습니다.
되새들도 열매로 날아들어 종자를 쏙쏙 빼먹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박새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서너마리가 한꺼번에 한 가지로 달려들기도 하였지요.
하기야 기억을 거슬러보면 누구보다도 박새들이 곰솔 종자를 좋아했었습니다.
독차지 했던 곰솔 열매들을 다른 철새들과 나눠야 한다는 속상함 때문인지 오늘은 박새들이 유난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네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키 큰 곰솔에는 아직도 벌어지지 않은 열매들이 많으니 먹이가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테지만 행여 날씨가 흐려져 벌어졌던 열매가 움츠러들어 종자를 감싸 안은 포편이 닫힐 수 있음을 염려하는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일을 처리하려는 식물과 동물들은 이래저래 바쁠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