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주도의회 안건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원장과 소속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워장 고정식)는 15일 오전 조례안 6건과 청원, 진정 각 1건 등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은 심의보다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의원 요구 예산 반영여부다.
김경학(새정치민주연합, 구좌읍·우도면) 의원은 자신이 요구한 자료가 여전히 제출되지 않자 집행부를 쏘아 붙였다.김 의원은 집행부에 “누차에 걸쳐 자료를 요구했는데 왜 자료를 주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승찬 예산담당관은 “(의원께서) 서면으로 요구한 자료는 의회협력담당관실에서 수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담당관실에는 파악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원별 반영 예산 내역이 없다’는 답변에 “제가 관계 공무원이 특정읍면에 예산편차가 심한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는데 그 읍면에는 없지만 다른 실국에는 예산이 들어 있다고 말하더라”며 “그런데도 없다고 할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자 고정식 위원장은 “의원들 싸움을 붙이는 것이냐”며 “어느 의원이냐”며 질의를 제지했다.그러자 김 의원은 “(위원장은) 양해를 구하고 질문을 하라”며 “의원 실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추측해서 하면 되겠느냐”고 말하자 김 의원은 퇴장해 버렸다.
고 위원장은 “추측해서 의원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질의를 하면 진행 입장에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의원이 질의할 수 있지만 언론에 크게 나오면 불화감이 생긴다. 의원들이 떡반 나누듯 하는 예산이 아니”라며 김 의원의 질의를 제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회의장으로 들어온 김 의원은 “다소 답변이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제가 평상 시 답지 않게 목소리 톤이 올라간 것은 유감스럽다”며 “의원들이 질의하는데 위원장이 개입해서 집행부에서 요구한 것도 아니고 해당 의원에게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면 의원들이 어떻게 질의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죄송하다고 말하겠다”며 “의혹을 품을 수 있는 것이 나왔기에 그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어떻게 해당 의원에게 지적을 하느냐”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면서 “제가 의원 실명을 얘기했느냐”며 “내용이 궁금하니까 물어본 것이다. 과도하게 멋대로 해석해서 따지듯이 말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의혹을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지한 것”이라며 “근거가 있느냐”고 김 의원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한 발언 내용을 들여다보라”며 “제가 특정 의원을 거명했느냐”고 반박했다.
고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이어 속개된 회의에서 김 의원은 “제가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다. 예산담당관의 저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저에게 어떠한 이해도 구하지 않았다. 참담하다. 분명히 그 자료는 존재한다”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매사에 절제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며 “갑자기 떠오른 시구가 있어 말한다. ‘창량에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량에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는다’”고 말한 뒤 질문을 마쳤다.
이 싯구는 어부사에 나오는 것으로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것이다. 세상이 맑으면 맑게 살고 세상이 흐리면 흐리게 살라는 청탁자적(淸濁自適)의 태도로 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