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8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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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8차)
  • 김병억
  • 승인 2017.01.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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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종주기(08차) ‘만추(晩秋)로 가는 계단의 길’

 

08차 ‘만추(晩秋)로 가는 계단의 길’

1. 개요

일시 : 2016년 11월 5일(토) 흐림 최고 18도
코스 : 안성탐방지원센터 - 칠연계곡 - 동엽령 - 무룡산 - 삿갓대피소 - 황점 = 14.1km 산행시간 (6시간10분 후미기준)

 

 

 

오늘의 산행은 전북 무주군 안성면 용추폭포에서 출발해 경남 거창군 북상면 황점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이번에는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는데 용추폭포에서 2시간 정도 계곡을 끼고 완만히 올라가면 동엽령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다시 무룡산까지 가파른 길이 별로 없어 편안한 산행이 되었다. 거꾸로 북진을 했다면 아마도 가파른 오르막길에 고생을 했을 것 같다.

가을이 겨울로 접어드는 끝자락 다시 덕유산을 찾았다. 산 중턱부터 이미 나뭇잎은 남아있지 않았다. 3주 전에 왔을 땐 단풍이 절정이었는데 벌써 모두가 옷을 벗고 겨울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길은 유난히 계단이 많았다. 그리고 그 계단들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지금까지 여덟 번의 대간길을 오면서 가장 많은 계단을 밟은 것 같다.

그리고 무룡산 정상에서 남으로 내려서자 저 멀리 그림처럼 계단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는 데 그 뒤로 정말 웅장하고 멋진 덕유산의 거봉들이 첩첩이 병풍을 두르고 있었다.

때마침 하늘은 검은 구름이 해를 기리며 몇 줄기 빛을 뿌려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시 보기 어려운 이 풍경에 푹 빠져서 이번 길의 이름도 ‘만추로 가는 계단의 길’로 정했다.

 

 

2. 길 따라 가다보면

일주일 전에는 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추웠는데 산행날에는 날씨가 풀려 그리 춥지는 않았다. 하지만 1500미터급 고봉 위에 올라서면 매서운 바람이 부는 법, 두터운 웃옷과 바람막이를 챙겨 떠난다.

출발지인 양재역에 도착해보니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서 엉켜있다. 지난 번 산행때보다 더 많은 버스들이 붐비는 것 같았다. 마지막 가을을 즐기려는 등산객들, 행락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리라.

날씨는 구름이 짙은 가운데 간간이 해가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구름이 많았다. 버스에서 내려 출발하니 10시 40분이다. 이번 길은 덕유산에서 유명한 용추폭포가 있는 칠연계곡을 따라 시작됐다. 시원한 물소리가 상괜한 공기와 함께 도시에서 찌든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씼어준다.

 

잘 정비된 넓은 길을 걸어 올랐다. 10분 정도 계곡을 따라 가니 칠연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거리는 300미터. 몇몇 사람은 서둘러 폭포를 구경하고 합류하기로 한다. 나는 그냥 통과~

동엽령까지 오르는 길은 계속 시원한 계곡을 옆에 끼고 오르게 된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시간 넘게 계곡이 이어졌다. 완만한 길을 40분 정도 올라가니 선두팀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선두팀은 휴식을 할 때도 앉지 않는다. 서서 간단히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고는 바로 출발이다... 지금까진 빠르게 선두를 따라오긴 했는데~

한시간 정도 계곡이 이어지다 그치고 나면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흐른 12시 10분에 긴 나무계단을 만난다. 이때는 무심히 올랐지만 오늘은 계단과의 인연이 각별하게 된다. 동엽령에 가까기 갈수록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들이 이미 잎들을 떨구고 작은 가지들이 오묘한 모습으로 하늘을 가린다.

 

그리고 12시 20분에 해발 1270미터의 동엽령이 올랐다. 1시간 40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정상은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는데 고개를 살짝 넘어 내려가니 거짓말처럼 바람이 고요했다. 거리는 불과 10여미터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바람을 피할수 있는 곳에 데크가 조성돼 있었는데 선두팀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한다. 동엽령에는 억새들이 벌써 누렇게 변해 바람에 흔들이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12시 50분에 무룡산을 향해 출발한다.

동엽령에서 무룡산까지 가는 길은 길게 능선이 이어지는데 마치 둘레길을 걷듯 가파르지도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서쪽으로 치우친 길로 접어들면 살을 에일듯한 바람에 코끝이 얼다가도 동쪽으로 치우친 길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이 잣아든다...

 

불과 10여미터 차이로 말이다.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산과 바람의 조화가 신기할 뿐이다.

바람막이 옷을 입고 능선길을 따라 걸었는데 제법 추위가 느껴졌다. 완만한 능성길에는 억새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길을 걸으며 늦가을의 스산하면서도 외로우면서도 그리워지는 복잡한 감흥에 젖어든다. 동엽령을 1킬로미터 지난 지점에서 이정표를 만났다.

파란 가을하늘과 잎새를 떨군 나무들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긴다. 다시 동엽령을 지나온 2킬로미터 지점에 이정표가 나온다. 무룡산까지는 2.1킬로미터가 남았다. 친철한 이정표~^^

동엽령을 출발한 지 45분이 지난 시간에 돌들이 쌓여있는 기림봉을 만난다. 정식으로 만든 표지석을 없었지만 사람들이 이곳이 가림봉임을 알리기 위해 돌에다가 이름을 써넣었다.

 

가림봉을 지나 무룡산까지는 그동안 지나온 길과 비슷했다. 그리고 무룡산을 바로 앞두고 또다시 계단이 나타난다. 이 계단을 오르면 정상이다.

시간은 2시 15분. 동엽령에서부터 이곳까지 1시간 25분이 걸린 것이다. 출발지인 안성탐방지원센터부터는 3시간 35분이 걸렸다. 표지석은 그리 크지 않고 아담했다.

이곳까지 함께온 맴버는 모두 5명, 마침 이곳에 다른 곳에서 온 등산객이 있어서 사진촬영을 부탁하고 모두 표지석에 모여 포즈를 잡았다.

 

덕유산은 부드러운 능선이 많고 바위로 이뤄진 구간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가끔 바위를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하고 새로운 배경이 되기도 해 사진을 찍었다.

무룡산을 내려와 15분 정도 하산을 했은데 눈 앞에 놀라운 비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나무계단이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데 그 뒤로 삿갓봉과 서봉, 남덕유산이 첩첩이 늘어서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 했다.

하늘도 먹구름에 가려 회색빛으로 물들고 그 사이를 햇빛이 내려와 빛줄기를 비췄다. 무슨 영화나 엽서에서 볼 듯한 풍경이 펼쳐지니 가슴 속으로 감동이 밀려온다.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는 일 조금씩 변해가는 풍경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찍고 나면 아무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 만큼 감동이 크지 않겠지만 절반의 느낌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환상적이었던 계단길을 내려오니 또다시 완만한 능성길이 이어진다. 무룡산을 지난 1킬로미터 지점에 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삿갓재대피소까지 1.1킬로미터가 남았다고 한다.

무룡산에서 삿갓재대피소까지 2.1킬로미터인 셈이다. 다시 길을 나선다. 억새풀과 고목을 만나면서 여유롭게 길을 가다보니 어느새 삿갓재대피소가 나온다. 시간은 3시20분. 무룡산을 떠난 지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우리와 함께 왔던 와니 대장님과 누구도님, 수원짱님은 지난번에 삿갓봉을 오르지 못했다며 서둘러 앞서 갔다. 나는 이곳에서 황점마을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백마님과 조현순님, 신세계님이 함께 나타난다. 오늘은 세분이 오붓하게 팀을 이룬 것이다.

삿갓재대피소에서 황점마을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가파르게 시작됐다. 길이 낙엽에 쌓여서 작은 돌들이 발 끝에 잘못 걸리면 미끄러지기도 했는데 조심조심하며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하산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계곡을 만난다. 그 다음부터는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졌다.

밑으로 갈수록 나무들이 아직 잎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시간 정도 내려가니 계곡을 배경으로 갈색과 붉은색으로 남아있는 단풍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길도 넓어져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해 진다. 그리고 5시에 산길이 끝났다. 6시간 20분만에 산행을 마친 것이다. 이제부터는 포장도로가 시작되고 마을에 들어서니 가까운 산에는 아직도 멋진 단풍들이 많이 남아있다.

마을에 들어서니 길가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그 옆으로 식당이 있는데 앞서 도작한 일행들은 벌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닭백숙^^ 시골 토종닭이라 좀 질기기는 했지만 고기맛이 고소하고 국물이 끝내줬다^^ 백숙과 죽을 먹으니 속이 든든~~ 이렇게 멋지고 감동적이었던 여덟 번째 백두대간길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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