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0-1)"..'보리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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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0-1)"..'보리의 길'을..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1.23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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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탐방기 10-1코스)해발 낮은 가파도,평화로운 여유 만끽..

 

 
   

가파도


가파도에 봄이 오면 보리가 핀다.
보리가 피면
가파도는 초록섬으로 변한다.

너울 큰 파도가
바람과 함께
섬으로 올라오면
보리는 다시 가라 앉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섬
낮아지고 낮아진
아니, 낮아지고픈 사람들이
사는 섬이다.

가파도는 그래서
파도를 더한 것이 아니라

낮아진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이다
 

그래서 가파도는 항상
겸손한 보리를 일으킨다.

깨달음을 여는 곳이다.

가파도는 보리의 섬,
아주 낮은 동네다.

(2017년 1월21일)

 

 

‘가파도’라는 제목의 시를 꼭 글 속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가파도라는 제목의 시를 찾아보아도 그런 시가 보이지 않았다.

가파도라는 부제가 붙은 시는 몇개 있었으나 내가 바라는 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가파도라는 아주 잔잔한 시를 하나 써보고 싶었다.(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올레10-1코스인 가파도 올레는 좀 특이하다.

시작점은 가파도안에서 시작됐지만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는 준비부터 올레걷기는 시작된다.

 

 

지난 20일 눈과 함께 바람이 크게 불어 오래전에 계획됐던 서울행을 포기하고 1월21일(토요일)에는 다음 걸어야 할 코스이기도 한 가파도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전화로 가파도 가는 배편을 물으니 제주올레홈페이지 설명과는 달리 겨울철인 2월까지는 하루에 3번만 운항한다고 한다.

첫 배가 오전 9시, 그 다음이 12시30분, 그리고 15시30분 출발이었다.
올레길의 총 길이는 4.7km.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2시간여면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였다.

아주 느긋하게 10시쯤 집에서 출발하니 11시15분경 모슬포항에 다다랐다.
표는 도민이라 왕복 1만7백원,얼마전 요금이 조금 올랐단다.

 

1시간 이상 선착장 앞에서 기다린 끝에 배에 오르니 꼭 3년전에 이곳을 다녀갔었다는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처음 들어가 본 가파도는 분위기가 다른 섬과 유독 달랐고 돌담이 특이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태평양을 앞에 둔 탓일까.
가파도로 가는 동안 배를 흔들리게 하는 너울이 다르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였지만 가파도를 찾는 관광객도 참 많았다.

모슬포항을 떠난 후 정확히 15분만에 가파도 상동포구에 도착했다.

한꺼번에 모두 몰리니 올레코스 시작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 포스트 또한 만원이었다.

올레꾼, 관광객 등이 뒤엉켜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차례를 지켜 스탬프를 찍고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었다.

 

대정읍 가파리.

가파도는 처음 더우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더우'는 '더누'의 움으로 '누'는 물결의 옛말이고 '더하다(加)'는 말이므로 '물결이 더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5.5㎞ 거리에 위치한 섬 마을이다.

조선영조 26년(1750년) 목사 정언유가 진상을 위해 가파도에 흑우장을 설치하고 흑우 50두 방목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곳.

조선헌종 8년(1842년)에는 목사 이원조가 흑우 약탈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입도를 허가, 상모리 고부이씨, 하모리 경주김씨, 김해김씨, 진주강씨, 나주라씨 등 40여 가구가 이주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입주당시는 ‘더우섬’, ‘개파도’로 칭하다가 후에 ‘가파도(加波島)라 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가파도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된 계기가 된 곳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1653년 가파도에 표류 했으리라 짐작되는 네델란드의 선박인 스펠웰호.

그 안에 타고 있었던 선장 헨드릭 하멜이 '화란선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 국기'를 저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비교적 정확히 소개된 것이라고 한다.

대정읍 소개에 따르면 가파리에서 발굴된 탐라 전기의 토기와 고인돌 등을 토대로 볼 때 기원 전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1914년 제주군 대정면 가파리가 되었고, 1946년 제주도제가 실시될 때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면 가파리가 되었다.

1956년 대정면이 대정읍으로 승격되면서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가파리가 되었으며,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남제주군이 서귀포시에 통합되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가 되었다. 자연마을로 상동·하동이 있다.(서귀포시청)

 

 



가파리는 제주도 부속 도서 중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전체적으로 해발고도 약 20m 이하의 평지를 이루고 있으며, 섬 둘레에 사방으로 암석 해안이 발달해 있다. 대체로 섬 가운데가 높고 주변이 낮은 지형을 이루며, 마름모 모양이다. 하천은 발달하지 않았다.


한반도 제일 남쪽에 위치한 법정리인 가파리의 면적은 1.17㎢[마라리 포함]로 대정읍 내 13개 법정동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으나 인구밀도는 323.1명으로 하모리와 인성리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인구는 131가구, 267명으로 남자가 135명, 여자가 132명이다. 지난 10년간 인구수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인다.

마을 단체로는 마을회·청년회·어촌계·노인회·소방대·해녀회 등이 있으며, 주요 시설로는 가파항, 보건소, 가파 자가 발전소, 초소, 초등학교, 교회 등이 있다.

연근해 어업과 맥주 보리 농사가 주업이며, 최근에는 섬 전체를 탄소 없는 생태 관광지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청보리 축제와 제주올레 코스 개장으로 생태 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가파리 [加波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봄이면 청보리축제가 열려 유명해진 가파도는 그동안 일본의 나오시마처럼 예술의 섬이 될 뻔 했다.

하지만 도지사가 바뀐 이후 그에 대한 연결됨이 없어 궁금하다.

나오시마에는 모네의 수련이라는 명화 하나로 유명해 진 곳으로 섬을 온통 미술섬으로 만들어 예술의 마을로 만들어놓아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가파도도 그런 꿈을 꾸었지만 이후 그런 일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바다길을 따라 올레를 걷는데, 걸어다니는 동안 이 섬은 마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살면 딱 좋은 마을이라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대가 낮은 곳(해발 20.5m)이라는 설명과 청보리축제가 함께 그 의미를 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코스의 이름을 ‘보리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보리심이란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려는 마음. 깨달음의 지혜를 갖추려는 마음. 부처가 되려는 마음 또는 깨달은 마음 상태. 모든 분별과 집착이 끊어진 깨달음의 마음 상태를 말하지 않는가..

섬이 주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그런 깨달음을 내게도 주었다.

올레코스는 걷다 보니 그냥 동네 한바퀴 산책하듯 끝나고 말았지만, 마을 곳곳이 주는 이미지는 한 조그만 섬이 주는 넉넉한 평화로움이었다.

예전에 그곳에 살았을 선조들이야 얼마나 피폐한 삶을 살았으랴.

그러나 올레꾼이 걸었던 이 곳의 느낌은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들이 살면 딱 좋은 그런 곳이었다.

처음에는 해안으로, 그 다음엔 마라도가 보이는 곳으로, 다시 마을 안길로 예쁜 한줄기 길을 따라 걷게 만든 그 조화로음이 너무 아름다운 곳.

 

한라산과 산방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마라도를 확인하면서 걷게 만든 길.

이제 파릇파릇 피어나는 보리가 금새 봄이라도 올 듯 섬을 빛낸다.

돌담의 기하학적 배치가 특별하기만 한, 바람을 막아내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그 성같은 돌담길을 지나 공동묘지가 있는 곳에 와서는 풀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쉭쉭 소리가 음산한 느낌까지 주었다.

가파도에는 유독 정자가 많다.

한 정자옆에 서 있던 올레안내문은 가파도가 왜 특별한 곳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7개의 산이 있다.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고근산 군산 단산 영주산..이곳에 서면 영주산(성읍리에 있는 오름이름)만 빼고 6개의 산이 다 보이는 곳"
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개의 산이 다 보이는 곳을 지나 다시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마라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안가에는 색깔을 달리하는 용암돌이 바다에 가득하고 그 용암돌과 함께 어우러진 바다, 그 너머 넘실거리는 파도치는 바다를 걷다보면 곧 종점이다.

14시18분..
1시간30분만에 올레 10-1코스를 주파했다.

종점인 하동포구에 오니 3년전 해물짬뽕을 먹었던 중국집이 그대로 있어서 반가웠다.
자장면을 하나 시켜 먹으면서 그 안에 적힌 수많은 사연들을 보는 즐거움도 특별했다.

자장면을 먹고 다시 출발점인 상동포구로 향했다.

멀지 않은 길이었지만 이 길을 지나는 마을길이 주는 느낌 또한 환상이다,
집집마다 태양광시설을 갖추고 있고 지붕색깔 또한 모두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평안함을 준다.

상동포구에 도착했지만 아직 부둣가로 나갈 수는 없었다.
바람이 너무 불기도 했지만 가끔씩 눈발이 날려 바닷가에 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파도에는 지금 대합실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임시대합실이 만들어져 있었다.

올레꾼이나 관광객이나 모두 그안으로 들어가 배가 올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있으니 저 멀리서 배가 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먼저 부둣가로 나갔다.

빨리 타고 싶었다기보다, 가파도의 바람과 파도를 가까이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배를 타고 모슬포항으로 돌아오는 동안 배는 하염없이 흔들렸다.

파도가 치는 모습이 선창을 두드리고..손님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얀 포말과 배의 심한 흔들림은 모슬포항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계속 됐다.

 

 

 

베르네르의 여행기 '나는 걷는다' 중에서..

"그들은 비탈길 꼭대기 고개 가까이에 알아크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고 알려 주었는데, 지도에는 나와 있지 읺았다.

거기에 가고 싶은 욕망이 날 사로잡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했다.
왜 또 이렇게 다리가 근질근질한 것일까?


바흐자르에 멈춰서 평화로움을 맛보고, 정원 사이를 빈둥거리며 다니고, 내일 아침 사막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크는 여기만큼 예쁘거나 더 예쁜 마을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곳에 가면 나는 좀 더 높이, 좀 더 먼 곳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평화로움과 외따로 떨어진 곳의 고요함,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펼쳐진 따뜻한 녹색 풍경을 즐기는 것보다 길을 가야 한다는 유혹이 다시 한번 언제나 그렇듯 솟아올랐다"

 

언제쯤 가파도에 다시 갈 수 있을 것인가.
파도와 그 깊은 너울을 오랫동안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파도는 그렇게 보리심을 갖게 만들 듯, 올레라는 큰 선물로 주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번 주는 10-1코스를 걷는 것으로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번 10코스를 걸었던 김형권이 제주도에 21일 다시 내려오면서 22일 올레를 걷고싶다고 요쳥해 왔다.

22일 11코스를 연이틀 다시 걸어야 할 일이 생겼다.

 

 

 

 

 

 

 

 

 

 제주올레 10-1코스

 

제주올레홈페이지

패스포트 스탬프 확인 장소


시작 : 상동포구
종점 : 하동포구

*중간 스탬프는 거리가 짧아 생략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난이도


난이도 - 하
거리(시간) - 4.3km (1~2시간)

가파도는 오르막이 없고 길이도 4.3km로 짧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우정의 길


가파도는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이다. 섬의 최고점이 20.5미터에 불과하다.

제주도에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과 가장 낮은 섬 가파도가 함께 있다는 사실은 의미깊다. 낮은 섬 가파도는 느리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다.

그러므로 가파도 올레는 걷기 위한 길이 아니다. 머물기 위한 길이다. 길고 긴 제주 섬의 올레를 걸어오느라 수고한 나의 몸과 마음이 하루쯤 편히 쉴 곳.

가파도는 산책의 섬, 휴식의 섬, 안식의 섬이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에너지 충전소다.

 

제주올레 휠체어 구간


가파도 전구간 (4.3km, 난이도:상)

해발 20.5m로 한국에서 가장 낮은 섬 가파도는 전구간 가능하며 봄이면 청보리밭이 펼쳐진다.

모슬포항에서 배타고 약 20분 소요


※모슬포항에서 가파도행 여객선이 하루 4회 출항한다. 풍랑이 자주 발목을 잡으니, 가파도에 머물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배 시간과 폭풍주의보를 확인해야 한다.


※기상악화 또는 회사사정으로 운항시간 및 선명이 변경될수 있습니다.
사전확인 바랍니다. (전화확인 필수 064-794-5490)

(가파도행 선박 운항 문의 : 064-794-5490) 모슬포→가파도(09:00, 11:00, 14:00, 16:00) / 가파도항→모슬포 (09:20, 11:20, 14:20, 16:20)

*화장실 : 상동포구(시점), 하동포구(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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