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일 구제역과의 전쟁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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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일 구제역과의 전쟁이 남긴 것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1.03.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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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348만 마리 땅속으로…공무원 10명 순직




120여일 간 구제역과의 전쟁이 사실상 끝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3월31일 구제역 매몰지 정비보완공사가 차질없이 완료됨에 따라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구제역은 지난 2월25일 이후 새로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3월3일 이후로는 의심축 신고도 없어, 지난해 12월28일 경북 안동에서 신고된 의심축에 대한 양성판정 이후 123일 간의 장기간 전쟁이 종식된 것으로 정부는 확신하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차단을 위해 범정부 통합대응기구인 중대본을 작년 12월29일 설치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이에 동원된 인력만도 연인원으로 197만4055명에 달한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 초기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정부의 반성에서 볼 수 있듯, 전국적으로 구제역 발생지가 11개 시·도에 걸쳐 75곳에 이르고 살처분된 가축만도 347만9513마리, 재정부담 3조원에 달할 정도로 역대 최대의 피해를 입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3월24일 “정부가 구제역 발생 초기단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책에 대해 국무총리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과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 구제역이 남긴 기록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발생한 이번 구제역은 그 규모 면에서는 종전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첫 구제역 발생 이후 지금까지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1개 시·도의 75개 시·군·구에서 150건이 발생한 것은 기록적이었다.

구제역 전파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 의심축 뿐만 아니라 예방차원에서의 매몰처분이 이루어져 전국 12개 시도의 81개 시·군·구에서 가축이 매몰처리됐다.

살처분 가축은 6250개 농가에서 총 347만9513마리에 이르며, 가축별로는 소 15만871마리, 돼지 331만7864마리, 염소 7535마리, 사슴 3243마리였다. 특히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은 돼지의 매몰처리 비율은 33.6%로, 소(4.5%)보다 훨씬 높았다.

구제역 방역과 매몰처리에 동원된 인원과 장비도 막대하다. 공무원 48만9140명을 비롯해 군인·경찰·소방공무원·민간인 등 연인원 197만4055명이 구제역과 사투를 벌였다. 굴삭기 등 장비도 1만8000여대가 동원됐다.이 과정에서 공무원 10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구제역 방역과 매몰처리, 매몰 보상비 등을 위해 투입된 재정소요만도 3조원에 이른다.

■ 전쟁속 안타까운 사연

구제역 확산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방역과 살처분 매몰, 백신접종에 공무원들이 총동원됐다. 해당 지자체들은 기존 행정기능을 유지하면서 구제역 차단에 나서야 해 이중고까지 겪어야 했다.

살처분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소, 돼지들이 울부짓는 소리, 이들을 자식 같이 키워 온 농장주들의 통곡을 들으며 주사바늘을 꽂고 땅속 깊이 묻는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이겨내야 했다.




구제역과의 전쟁터에서는 방역장비를 고치다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살처분 매몰 작업에 참여했다가 늑골이 부러지는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기도 파주시 모 팀장은 모친상을 당하고도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며 끝까지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사연도 알려졌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사면이 밀폐된 공간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시료를 검사하는 수의연구사들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구제역 방역작업 중 순직한 공무원도 10명에 이른다. 작년 12월28일 경북 영양군에 근무하던 고(故) 김경선씨가 몰던 모래 살포트럭이 눈길에 미끌어져 전복돼 순직했다.

육군 모부대 소속 고 권인환 일병은 지난 1월9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 설치된 구제역 이동통제초소에서 근무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정부는 고 김경선씨와 고 권인환 일병에게 각각 옥조근정훈장,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 과제와 향후 개선방안

정부는 이번 구제역의 전국 확산 원인에 대해 발생 초기에 강력한 초등대응체계가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우리나라의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제역이 최초 발생했을 때는 ‘주의’ 경보가 발령된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발생 즉시 최고 경보단계인 ‘레드(Red)’가 발령된다.




농장을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 물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차단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으며, 구제역 대규모 확산에 따른 대응시나리오 부재, 백신접종에 대한 매뉴얼 부족도 개선점으로 거론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24일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과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구제역 발생 즉시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이동통제도 강화하며, 추가 예방접종 계획과 백신전문 연구센터 설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매몰지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중대본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지난 1월24일부터 3월4일까지 3차에 걸쳐 매몰지 4199곳을 전수 조사하고 정비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417곳에 대해 옹벽·차수벽 설치 등 보강공사를 추진해 왔다.

매몰지 관리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20명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민관합동점검단(10팀 50명)이 3월23일부터 29일까지 매몰지 보강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중대본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전체 매몰지에 대한 관리 실태를 재차 확인 점검한 결과, 전 매몰지에 대한 1차적인 정비보강은 차질 없이 완료됐으며, 앞으로는 농식품부가 주관하여 매몰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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