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흙의 날』에 즈음하여
icon 조희래
icon 2010-11-08 10: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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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흙”의 생산적 개념이 매우 중요하였으나, 2, 3차 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공간과 지반(地盤)으로서의 “땅”이 변모함에 따라 땅을 밟는 사람이 많을수록 값이 비싸다. 이는 식물이 자랄 터전으로서의 흙보다는 순수 경제학에서 경제활동 수단으로서 만의 경제적 가치를 놓고 생각하는 개념이다. 인적이 드문 지리산 골짜기의 땅 한 평은 몇 백원 이지만, 서울 명동의 땅은 억 단위를 호가한다. 이는 명동 땅의 경제적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땅의 경제적 가치, 즉 지대(地代)는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올라가게 되어있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흙과 땅의 개념이 전도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다. 될 수 있으면 흙의 개념을 잊어버리고, 밟힐 수 있는 가능성을 쫓아서 일확천금을 벌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심을 빨리 버릴수록, 즉 문전옥답의 흙을 팔아 도시주변의 시궁창이나 하천변의 못 쓸 땅을 때맞추어 많이 사 둘수록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니 흙을 흙으로 아는 농민은 땅으로 부자 되기는 처음부터 틀렸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굶고는 열흘도 못산다. 식량자급이 없는 국가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가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30%도 되지 않는다. 이런 추세로 농심을 버려 간다면 IMF한파보다 더 혹독한 식량한파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식량한파는 한파정도가 아니라 동사(凍死)이며, 곧 아사(餓死)다. 우리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경지는 최근 산업용지 개발과 아파트 부지 등으로 매년 크게 잠식되고 있으며, 일부의 농경지는 화학비료와 농약 오남용으로 인해 토양이 몸살을 앓고 있어 새삼 흙살리기의 긴박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흙의 역할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14년 전부터‘흙 살리기 운동’이 시작하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정한 ‘흙의 날’(11월 9일)도 11년을 넘어섰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친환경농업, 지속가능한 농업”이 우리의 지향점이라면, 흙살리기야 말로 기본중의 기본이다. 일부 운신의 폭이 점점 적어져가는 우리의 농업·농촌을 경시하는 풍조는 개탄스럽다. 과연 흙은 누가 살리고 흙의 고마움을 아는 이들이 농촌을 떠나버리면 이 나라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흙의 날』에 새삼 되새겨 볼 과제이다.

자료작성 :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관리과 장 용 선
☏ 031-290-0340
2010-11-08 10: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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