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는 벼를 재배하는 동안 물을 담아 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담수라고 한다. 물론 전 생육기간동안 담아두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기간 담아 둘 수 있어야 한다. 강변과 화강암지대의 모래 논은 물을 잡지 못하여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이 빠져 내려가면서 비료성분도 동시에 용탈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기술이 객토작업이었다. 농한기에 점토(질흙)함량이 일정수준 이상 되는 찰기 있는 흙을 파다가(적당한 객토원에서만) 논에 고루 편 뒤 표토와 섞어주었다.
쌀의 자급이 당면과제가 아닌 언제부터인가 객토사업의 열기가 식어버렸다. 중장비로 산을 허무는 것도 문제가 있었고, 논에 벼를 재배하는 소득에 비해 비닐하우스나 노지채소를 재배하여 얻는 소득이 더 많게 되자 객토사업은 그 빛을 잃었다. “농사도 경영이다 하는 말이 실감난다.
논에 과채류나 대추, 포도, 배 등의 영년성 작물을 심는 농가가 많아지자, 이들 작물의 주산지에서는 논에 적토(積土)하여 밭으로 전환을 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지대의 적토는 한 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연작에 따른 염류집적과 선충피해 등을 피하려고, 2-3년 내지 3-4년마다 계속 적토를 하고 있다. 한 번에 한자정도의 높이로 적토하다 보니 이제 논은 더 이상 논이 아니고, 이른바 인위토가 되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토양 생성인자 중에서 “생물인자의 일부이었던 인간의 영향이 흙의 생성을 통째로 좌우하는 인위토 시대가 되었다. 인간의 활동이란 항시 불완전한 것인지라 무슨 재앙이 뒤따를지 두렵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업도 경영이라 돈을 쫓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으나 생산기반의 변형은 보통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