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우리가 먹는 물, 토양이 먹는 물
icon 조희래
icon 2010-12-10 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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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낮 목마를 때 근처 개울을 발견하고 달려가 맑은 물 한 모금 들이키고 더위와 갈증을 한 번에 해소하는 모습, 어릴 적 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제 깊은 산골이 아니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근처 가게에서 생수를 찾아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했다는 것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주로 분포하여 맑은 물을 품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선조들은 그저 발 닿는 곳에 있었을 자연의 혜택을 그대로 누렸을 터인데 이제는 돈을 주어야 맑은 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에서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맑은 물을 먹기 위해 시대에 따라 새로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면 토양은 어떨까? 뒷간이 가득 차면 근처 텃밭에 뿌리던 광경을 십여 년 전에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뿌린 후 십여 일이 지나면 깨끗하고 푸른 농작물과 토양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토양은 더러운 물을 가리지 않는다. 더러운 찌꺼기는 걸러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분해산물로 양분이 생산되어 식물을 풍요롭게 한다. 그 식물은 우리의 먹거리가 되고 토양층을 따라 걸러져 깨끗해진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우리가 먹는 물로 거듭나게 된다. 그렇다고 토양이 깨끗한 물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가 내리면 빗물을 머금어 간직하고 있다가 식물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스며든 물은 경사를 따라 흘러 강물로 합해지거나 더 깊이 스며들면 지하수로 저장된다. 다시 말해 토양은 정수처리장이자 저수 댐의 역할을 한다.
토양은 어떻게 이렇게 물을 저장하고 정수시킬까? 미생물은 유기물이 많고 산소가 잘 공급되는 표토에 주로 분포하여 찌꺼기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토양에는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있다. 큰 구멍은 먼저 물을 빨리 받아들이고 아래로 쉽게 물을 빼내어 새로운 공기로 식물과 미생물에 산소를 공급한다. 작은 구멍은 물을 잘 간직한다. 토양은 깊어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층이 나타나며 이러한 층을 지나가며 물은 더 깨끗하게 된다. 즉 표토에 미생물이 풍부하고 큰 구멍과 작은 구멍이 고루 분포하며 층이 잘 형성되어 있는 토양은 식물뿐 아니라 맑은 물을 생산하는 귀한 보물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오늘에 토양 또한 예전의 모습 그대로 일 수는 없다. 개발에 따라 땅을 파고 덮는 모습에서 우리는 중장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중장비들이 토양위로 지나가면 토양이 밟혀 다져지게 된다. 특히 토양의 큰 구멍이 막히어 비가 오면 토양으로 물을 빨리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빗물은 지표 위로 대부분 흙탕물이 되어 흘러가버린다. 토양으로 스며들어 층층이 걸러져 맑은 물이 될 수 있는 귀한 물이 말이다.
생수 또한 지하 암반에서 뽑아 올린 것으로 토양이 먹은 물이다. 토양이 물을 잘 먹을 수 있게 배려하지 않는다면 지하수 또한 한정된 자원으로 언젠간 고갈될 것이다. 물은 때론 하늘의 구름으로 강물로 우리의 몸속으로 토양으로 식물로 돌고 돈다. 그러나 더러운 물을 맑게 걸러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토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 :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관리과 한경화
☏ 031-290-0330
2010-12-10 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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