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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흙의 겨울
icon 조희래
icon 2011-01-07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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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며 겨울의 정취를 즐기다가도 간혹 매섭게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얼어붙은 도로가 보행에 불편을 줌으로 추운 겨울을 원망하기도 한다. 초록의 대지도 누런빛이 된 겨울, 그럼 이때 흙 속의 겨울은 어떨까? 기온이 섭씨 영하 10도 이하를 달리는 찬 겨울 날 지표에 가까운 얕은 깊이의 흙의 온도도 영하가 된다. 지표아래 10~20cm 깊이까지는 말이다. 영하의 온도로 흙속의 물이 얼면 흙은 서릿발로 부풀어 오른다. 흙 속의 물이 얼어서 부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서릿발은 봄부터 가을까지 종자의 싹을 틔우는 일부터 수확까지 농사철 작업으로 단단해 졌던 흙을 느슨하게 한다. 이렇게 느슨하고 부드러워진 흙은 물과 공기를 잘 품고 흐르게 하여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겨울에도 푸른 들 가꿀 때는 서릿발은 주의해야 한다. 서릿발은 보리나 밀 등의 뿌리를 부풀어 올려, 월동 후에는 말라죽게 만든다. 따라서 맥류는 제때에 씨를 뿌려 흙이 얼기 전에, 얼지 않는 층까지 깊이 뿌리를 내려야 순조로운 월동을 할 수 있다.
서릿발은 흙에 과량의 물이 있을 때에, 그리고 흙이 점토가 많은 식질일 때가 모래흙 보다 심하다. 점토가 많은 흙은 물기를 많이 머금고 물은 비열이 커서 모래흙보다 잘 녹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보리는 밀보다 추위에 약하므로 서릿발 상습지에는 보리보다 밀을 심는 것이 피해가 적다.
점토가 많은 식질 논에 보리를 심을 때에는 서릿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물빠짐이 좋도록 이랑을 높게 해주고, 항시 배수구를 잘 정비해 주며, 일찍 뿌리고, 뿌릴 양도 후하게 뿌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예로부터 ‘송장하고 보리는 깊게 묻어라’라는 말이 있었다. 즉 어린식물로서 겨울을 지내야 하는 보리는 뿌리를 깊이 뻗어 얼지 않는 흙층까지 내려가야 긴긴 겨울 동안 말라죽지 않고 넘길 수 있다. 그래서 보리를 심을 때는 죽은 사람을 묻는 것과 같이 정성들여 깊이 잘 묻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리는 너무 깊게 묻어도 땅속줄기인 중경을 뻗어 적당한 위치까지 올라와서 잔뿌리를 낸다. 그러니 깊이 묻어주어 입는 피해보다, 얕게 묻어주어 얼어죽는 피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보리밟기 또한 보리의 월동을 돕는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다. 흙의 겨울은 표층에는 서릿발로 단단함을 느슨하게 풀어내는 휴식과 회복의 시기임과 동시에 월동작물이 서릿발 아래로 뿌리를 내려 푸르름을 뽐내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자료제공 :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관리과 한경화
☏ 031-290-0330
2011-01-07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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