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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빗물’모아 홍수•가뭄 대비해야 농촌 곳곳 웅덩이등 소규모 저장시설 설치 필요 우리나라는 가뭄 끝에 홍수가 오는 열악한 기후조건으로 물난리가 잦다. 이에 댐을 만들어 한꺼번에 여러 도시에 물을 공급하고 홍수 등을 예방하는 ‘집중식 치수시설’로 대책을 주로 세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큰데다 환경문제 논란도 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댐만으로는 홍수와 가뭄 예방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보완대책으로 그 지역에 떨어진 빗물을 모으고 공급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물 관리체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조상들이 곳곳에 소규모 저수지를 만들어 가뭄 등에 대비한 것과 같은 이치다. 도시든 농촌이든 작은 규모의 빗물저장시설을 곳곳에 많이 만들어 빗물을 모은 후 천천히 내려 보내면 하천 범람도 막고, 가뭄에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인 ‘빗물의 가치’를 지금 살려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 관련 자연재해=박석순 교수(이화여대)는 최근 산업기술연구회 국제심포지엄에서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물 관리의 대변화’란 주제발표에서 최근 1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피해는 19조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만도 10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농경지도 줄고 있어 물이 하천으로 유출되는 양이 많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국내 농지면적은 1995년 198만㏊, 2000년 189만㏊, 2007년 178만㏊, 2009년 173만㏊로 감소 추세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논 1㏊가 도로나 주택 등으로 바뀔 경우 연간 3,804t(1㏊의 논에 38㎝ 높이의 물이 고인 양)의 물이 유출되면서 곡물 생산 차질과 함께 가뭄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물이 모자란다?’=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880㎜)보다 40%나 많다. 이 기준으로 보면 물이 모자라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 떨어진 빗물의 연간 총량(1,240억t) 중 27%(337억t)만 사용해서다. 물이 모자라지 않고 관리가 안된다는 것이다. 박석순 교수는 “대한민국은 ‘가뭄과 홍수의 나라’, ‘물그릇 부족국가’”라고 지적하고, “강의 기능을 복원하는 등 물 관리의 대변화가 기후변화 시대의 생존전략”이라고 밝혔다. ◆지하수 고갈=잘못된 물 관리로 인해 하천에 물이 줄고 샘이 말라 버리는 등 지하수 고갈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경기 남양주 등 시설채소 주산단지 등에서는 물이 모자라 겨울에는 수막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많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파는 문제로 말다툼도 잦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가 밝힌 전남 나주 노안•금안지구 지하수위 현황에 따르면 1970년에는 지하수위가 6~8m이던 것이 1980년 12~15m, 1990년 18~21m, 2000년 25~28m, 2009년 30m로 지하수 고갈이 심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빗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공건물 등에 빗물을 활용하도록 하는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30여 지자체가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위해 ‘빗물조례’를 제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대안은 ‘빗물’=전문가들은 홍수 등에 대비한 댐도 필요하지만,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큰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국 곳곳에 소규모 저수지나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등 물 관리대책의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빗물은 홍수 방지와 산불 예방 등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작은 불씨로 시작하는 산불은 초기에 진화할 경우 많은 양의 물이 없어도 가능하다. 산의 군데군데에 빗물탱크를 묻으면 초동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논에 설치한 소규모의 연못인 ‘둠벙(웅덩이)’도 홍수 조절과 가뭄 등에 요긴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기경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 연구관은 “둠벙은 물달팽이 등이 많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경지정리로 둠벙이 많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둠벙은 특히 농업용수는 물론 교육체험장, 오염원 정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며 둠벙을 복원•활용할 수 있도록 농가에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고문 저자 :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강기경, 나영은, 한민수, 방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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