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독서여행 뜨나? 전국 폐기도서 제주로..
상태바
제주 독서여행 뜨나? 전국 폐기도서 제주로..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8.04.18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림읍 탐나라공화국에서 ‘헌책도서관’ 반짝 공개

올해는 2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책의 해다.

독서운동이 무색할 만큼 도서관과 학교, 개인의 소장도서들이 폐기처분되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밀려나고 있는 수천만 권의 지식문화 자산이 폐지나 불쏘시개로 사라진다.

매일 탄생하는 새로운 창작 출판의 그늘에서 소외된 채 사라져가는 폐기도서에도 관심을 가질 때다.

공공 공간의 장서가 줄어들고 지식과 지혜가 담긴 생활교양의 상징이 도태되고 있다.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독서문화를 위축시키고 생활환경을 메마르게 한다.

소중한 지식자산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공간을 만들어 아까운 폐기도서를 되살리기 위해

이에 따라 ‘제주헌책페어.를 개최한다. 한 달 동안 열리는 헌책페어가 독서문화의 생활화와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이길 기대된다.

내달 25일부터 6월말까지 37일간 한림읍 탐나라공화국에서 열리는 제주 헌책페어를 앞두고 헌책들이 속속 제주로 모여들고 있다.

지금까지 7만 여 권, 한국은행과 화성시만 2만 여권, 경기도 화성시, 경남 창원시, 충남 서산시, 서울 한성대와 숙명여대 등 지자체와 대학, 개인 방문객을 포함하여 헌책들이 매일 제주로 배달된다.

제주에서는 제주대를 비롯해 고산, 토산, 애월초등학교와 도서관, 자원봉사센터, 서귀포교육청, 새마을문고와 일반주민 등 참여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소문을 듣고 기왕 버릴 헌책을 가져온다.

아직 조성 중인 현장이지만, 탐나라공화국을 견학하려면 반드시 헌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미 1만 2천여 권이 빼곡하게 소장된 노자서원이 만들어졌다. 숙박시설로 조성될 건물도 도서관과 미술관으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수십만 권의 책이 제주의 품격을 높이는 관광자원이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제주관광의 새로운 콘텐츠로 여행의 품격을 높여주길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탐나라공화국에 헌책도서관을 조성하고 있는 강우현 대표는 “헌책도서관은 100년 이후에도 남아있을 제주 문화유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책들은 주로 맞춤법이 다르거나 오래된 제적 및 폐기도서들이다. 도서관에서 대출 비중이 낮은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더 귀하게 될 희소가치도 있다. 회사나 가정에서 짐 정리를 위해 버려지는 책들도 많다.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는 책들을 대신 보관해준다.

이렇게 모여진 책들은 헌책도서관에 영구 보관, 일반 방문객들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할 예정이다.

수장 규모는 대략 30만권에서 최고 50만 권 쯤, 이미 공간을 확보했다. 굳이 건물이 아니라도 좋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여유 공간만 있으면 서가를 만들어 넣는다. 야외 쉼터나 화장실에도 책장을 설치하는 등 장서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헌책 5권이면 1년 여권, 100권이면 3년, 빈손이면 여권 수수료 받는다.

‘헌책페어’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다. 흔히 생각하는 북 페스티벌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행사도 아니다.

누구나 책과 여권을 교환해서 비자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헌책 5권이면 1년, 100권 이상이면 3년 여권을 발부해 준다. 빈손으로 찾은 방문객은 3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헌책페어는 한 달간 열리지만 여권 소지자는 유효기간 중에 언제든지 재방문이 가능하다. 재방문 때도 뭔가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책이나 꽃씨, 묘목은 대환영, 아깝지만 보관할 수 없는 물건까지 받는다.

헌책은 어느 집에나 있고 다른 사람이 버리는 걸 가져와도 된다.

그것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하고 제주의 문화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강우현 대표는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는 모든 방문객이 주인입니다. 함께 가꾸면 결국 제주의 유산이 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

5월 25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탐나라공화국 반짝 공개 기간 중에는 상설전시와 주말행사가 있다.

중국의 유명한 석화예술 창시자인 양중유선생의 석화예술 작품전과 위칭청 진흙예술전, 그리고 나미콩쿠르 입상작품전, 제주의 화산과 인어의 전설을 담은 마그마보이 동화원화전이 열린다.

행사가 시작되는 첫 주는 ‘한중교류주간’, 중국 소주의 곤극악단 내한 공연과 제주에 살고 있는 중국 유학생과 거류민 상상캠프, 헌책도서관 개관행사가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6월 23일, 지난 해 충남 서산 숫소와 제주 암소의 인공수정을 통해 탄생한 송아지 100일 기념 축하행사다.

방문객과 한림읍내 주민들을 초청, 서산 한우와 제주 흑돼지 파티가 열린다.

모든 참가자들이 서산 한우와 제주 흑돼지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행사다.

서산과 제주의 문화놀이로 한마당이 펼쳐지는 이 행사는 서산축협과 제주축협이 공동 주관할 예정이다.

평일에는 주로 전시 관람과 도자체험, 독서, 강좌 등 요란한 축제가 아닌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정신관광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강좌는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 제주대 양진건 교수, 정신문화원 송순현 원장이 맡는다.

강우현 대표와 함께하는 드로잉 상상캠프도 수시로 열린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모든 아티스트에게는 무대를 무료로 개방한다.

탐나라공화국은 어떤 곳? 가시넝쿨 돌밭에 세워진 제주 속 제주 한림읍 금악리 산자락에 자리한 탐나라공화국, 이 땅은 원래 10㎝만 파도 돌이 나오고 가시넝쿨로 뒤덮인 황무지였다.

2007년 여성테마파크로 사업인허가를 받았다가 300억 투자유치에 실패, 도저히 개발여지가 없어 방치하던 중에 중국인 투자바람이 불면서 중국에 파느니 힘들더라도 우리가 개발하자고 시작된 곳이다.

2014년 2월부터 4년 남짓, 황무지에 나무를 심고 땅에서 나오는 돌은 가지런히 쌓기 시작했다.

막대한 투자 사업으로 난개발이 우려되는 제주에 손끝 정성으로 조성된 작은 정원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과정에서 길(道)을 내고 음악과 미술, 철학에 관련된 방문객들과의 인연으로 공간에 스토리가 담기기 시작했다.

노자예술관,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저멜로(브라질)의 공간, 영화 마지막황제 작곡가를 위한 음악정원, 현지의 돌가루로 만드는 현무암도자마을 등이 생겨났고 대부분이 재료는 재활용을 통해 조성된 공간이다.

아직 정식 개관일자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공사 현장을 견학하려는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노랑축제가 열린 작년에만 2만여 명이 다녀갔다.

황무지에 숲을 이루는 나무의 60% 이상은 지역주민들이 제공해준 것이다.

견학 온 손님들도 꽃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가꾸어진 제주의 인공자연이 탐나라공화국, 헌책도서관과 함께 또 하나의 제주명물 탄생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