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사 친구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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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천사 친구들을 만나다
  • 장영옥
  • 승인 2011.07.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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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옥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아이돌보미)


장영옥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아이돌보미)
아이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젊은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지...”하고 수입도 얼마 되지 않는데 힘든 일을 한다고 편견을 가지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시부모님은 아예 “밭일을 하고말지 아이들 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리기까지 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아이돌보미 활동이 벌써 일년 반이 지났다.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고 짧다면 짧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고3 아들을 둔 올해는 번개처럼 지나갔다.

밤 11시가 넘어도 자지 않고 옷장 속에 옷을 다 꺼내서 패션쇼 한다고 멋을 뽐내던 민이네 세 자매, 어린이집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낯설어 울기만 해 4층까지 안고 올라가 뒷날 몸살이 나서 눕게 만든 우량아 식이, 첫날 보자마자 내 품에 꼭 안기었던 서이, 뜨거운 물에 데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채은이, 추석전날 송편을 만들자고 하고는 모양이 안 예뻐서 면목이 안 섰던 예지, 헤어질 때면 더 있다가라고 울며 붙잡아서 신발도 바로 신지 못한 채 현관문을 열고 나오게 만든 아이들이 눈앞에서 선하다.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될 아이들이다.

하루 돌보고 너무 힘들어 ‘이 아이는 나하고 인연이 아닌가보다 내일은 돌보지 못한다고 말해야지’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잠자리에 들 때면 낮에 같이 지냈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가족들의 식사 자리에서 돌보았던 아이들로 이야기꽃을 피우면 둘째아들 녀석이 “엄마 동생 하나 낳아주세요!” 하고 짓궂은 농담을 던지곤 한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대하면 통한다. 안아주고 많이 보듬어주고 눈높이에서 이야기 들어주고 때로는 잘못했을 때 꾸지람도 하면서 말이다. 가끔 관심 끌려고 물건도 던지고, 나를 툭툭 때리기도 하고 나쁜 말도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어 힘들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할 때가 가장 많이 웃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호칭도 이모, 선생님, 할머니 아이들마다 제각각이지만 순수한 천사 친구들에게 젊은 나이에 할머니 소리를 들으면 어떠한가! 직장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육아에 힘들어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럴 때면 ‘아, 내가 이 일을 하길 잘 했구나!’하고 보람을 느낀다.

계속 만나는 아이들도 있지만 갓난 아이 때만 보았던 아이들은 제법 커서 지금쯤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을게다. 비가 잦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날씨에 아프지 않고 잘 자라고 있는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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