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과 거짓·위법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최근 환경부에 제출되면서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0일 논평을 통해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송부한지 한 달여 만”이라며 “환경부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였지만 국토부의 본안 제출은 훨씬 빨랐다. 이는 국토부가 대외적으로 올 10월에 기본계획을 고시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국토부의 무리한 욕심”이라고 지적한 논평은 “평가서 본안을 검토한 결과 환경부의 검토의견은 반영하기는커녕 초안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뿐만 아니라 영산강유역환경청, 도내 환경단체 및 주민 의견들도 대부분이 본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따라서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보완요구를 해야 마땅하다”며 “또한 환경부는 주민반발이 크게 일고 있는 이 계획에 대해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하고 합동현지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가서 본안을 검토한 결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중심 취지인 계획의 적정성 검토와 입지의 타당성 검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국토부의 입장에 맞게 일방적으로 작성되어 있을 뿐”이라며 “평가서 작성의 준비단계인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과정 역시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해 위법하게 시행된 것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서는 개발기본계획 대안 및 입지 대안 검토에서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기본계획 용역의 공항이용 장기수요를 감안한 대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기본계획 용역결과에서는 장기수요(2055년 기준)를 연간 이용객 4,108만, 운항횟수 25.7만 회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평은 “이는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제2공항 건설 이전 2025년까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제주공항 용량증대 방안에서 설정한 연간 운항횟수 25.9만 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며 “제2공항이 아니라 현 제주공항의 용량증대 대안을 실행하더라도 장기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실을 평가서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계획 용역결과 제2공항은 사전타당성 검토 당시의 규모와 달리 국내선 50%를 수용하는 역할로 바뀌어 계획지구의 면적도 변경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150만평의 대규모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의 위법성이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전혀 없다”며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환경영향평가법’제8조에서 ‘주민대표, 시민단체 등 민간전문가가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5호에 따르면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민간전문가’가 1명 이상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 시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민간전문가는 추천하지 않고, 제주도에 민간전문가 1인을 요청해 제주도가 임의로 민간전문가를 국토교통부에 추천하는 형식이었다”며 “이는 법에서 정한 시민단체가 추천하도록 하는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민간전문가가 참여 거부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국토부는 이를 무시하고 평가서에 그대로 이름을 넣고 있다. 주민대표의 경우도 추천과정이 적법했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환경부의 검토의견이 사실상 완전히 무시되어 평가서 본안이 제출되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환경부는 관련 계획과의 연계성으로 환경관리계획 및 환경시책 등과 제2공항 계획의 부합성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평가서는 그 부합성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관련 계획의 내용 중 일부 문구를 인용하는 정도로 평가서를 작성했다. 환경수용력 포화에 따른 대안과 항공수요예측의 타당성 등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가 제시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모델은 무시한 채 자신들이 임의의 기준을 들어 평가를 했고, 환경부가 요구한 조류 개체군의 생태(비행고도 등)와 조류의 행동 및 이동성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계절별 철새 및 통과조류에 대해 입지 대안별 조류 서식·활동에 대한 분석, 저어새를 포함한 해양보호생물에 대한 정밀조사 등도 반영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하고 “신규 동굴 분포 정밀조사를 실시하도록 했지만 평가서 초안에서 기존 확인된 동굴의 현황과 이들 동굴의 연장성 등에 대한 조사결과만 그대로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은 거의 날림 수준의 평가서나 다름없다”며 “타 공항의 평가사례에서 진행된 자연환경분야의 시·공간적 범위와 비교해도 제2공항 평가기준은 거의 형식적으로 절차를 이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이는 행정부 간의 우위관계로 환경부의 협의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라며 “따라서 이번에 제출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다시 작성해야 한다. 평가서 시작단계부터 위법한 절차로 진행된 사항을 보완해야 하며, 책임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