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벚나무숲으로 향했습니다.
벌써 벚꽃이 피었냐고요?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보러 갔냐고요?
아~! 저기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이 보이는군요.
오늘 벚나무숲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모양은 저러하지만 말라버린 풀들 사이로 새록새록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지요.
보이지 않는다고요?
자세를 낮춰야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땅바닥에서 겨우 싹을 밀어올리고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지요.
참, 저 보드라우면서도 매끈한 어린잎은 제주상사화의 것입니다.
잎이 마치 두 손을 나란히 모은 듯 다소곳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어쩜 치아가 막 돋아나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이른 봄에 돋아나온 제주상사화의 잎은 6-7월이면 말라버립니다.
잎이 없어지고 오래지 않아 길쭉한 꽃줄기가 불쑥 자라나지요.
잎도 없이 그 꽃줄기 끝에서 화려한 꽃이 피어납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는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여진 식물입니다.
지금은 잎이 보일 듯 말 듯 돋아나고 있지만
8월이면 저렇게 화려한 꽃이 피어납니다.
벚나무숲에서는 봄과 여름 두 차례의 꽃 잔치가 벌어집니다.
4-5월에는 연분홍 벚꽃잎이 흩날리고,
8-9월에는 숨어있던 제주상사화 꽃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기대해 볼만 하지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