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하수구에 버리는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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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하수구에 버리는 시대 오나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3.04.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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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이완영 의원·환경위해성예방협회 토론회 주최

 
런던협약에 따라 해양 투기가 금지돼 육상처리가 불가피해지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현재 법으로 금지된 주방용 오물분쇄기(디스포저, disposer)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보관·운반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악취로 인한 불만을 없앨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대로 편리성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더 늘리고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란 모터로 칼날을 회전시켜 음식물 찌꺼기를 잘게 부수고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음식물 처리 기계로 현재 서울시, 경기도 등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새로운 대안으로 이른바 ‘그린 빅딜(Green Big Deal)’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슬러지를 매립지로 보내고 하수를 책임진 담당자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을 허가해 주자는 것이다.

 

그린 빅딜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처럼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분류해 버리는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이 방식을 도입하면 하수도 방류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만든 자원재활용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지난 2일 본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완영 의원, (사)환경위해성예방협회가 공동주최한 ‘음식쓰레기 관리 선진화 토론회’에서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도입하기에 여건을 갖춘 곳부터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측과 시기상조임을 내세워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주관 부서인 환경부조차 재활용을 담당하는 부서와 하수도를 담당하는 부서 간에 시각차를 보였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완영 의원은 “전체 쓰레기 발생량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환경훼손 문제는 물론 경제적 손실까지 일으키는 등 큰 문제고 부각되고 있다”라며 “디스포저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물분쇄기가 재조명 받는 데는 여건 변화도 한몫한다. 1985년 공업진흥청 형식승인으로 제조·판매되던 오물분쇄기는 1995년 환경부가 판매와 사용을 금지했다. 당시 하수도 보급률이 낮고 대부분이 합류식이어서 하수관거 내 음식물쓰레기가 쌓이고 토양과 지하수, 하천 오염 발생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수도보급률은 1986년 8.5%에서 1994년 41%를 거쳐 2012년에는 91%로 수직 상승했다. 하수도 보급에만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미국에서는 전체 가정의 약 50% 이상이 오물분쇄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07년까지 30만호에 설치한 이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음식물쓰레기를 하수로 흘려보내면 관거가 막히고 하수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우려였으나 이마저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린 빅딜’ 방식을 제안한 한양대학교 배우근 교수는 “실제로 안산시 하수처리장에 음식물쓰레기 폐수를 투입해 실험한 결과 적정량을 넣으면 BOD, T-N, T-P 처리 효율이 높아졌다”라며 “또한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 시범사업을 한 결과를 보면 관거에 음식물쓰레기가 쌓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일선에서 직접 청소와 민원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디스포저 도입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열린 경기도 실국장회의에서 김문수 지사는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의 노고가 대단하다”라며 “모두가 원하는데(디스포저를) 왜 안 하는가”라며 적극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시 생활환경과 김정선 과장은 “골목길이나 이면도로에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발생하는 문제점 탓에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와 부합하면서 하수처리장과 연계해 큰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시민 편의를 고려해 디스포저를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경기도 자원순환과 박성남 과장 역시 “처리방법의 다양화 차원에서 400가구를 대상으로 디스포저 시범사업을 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라며 “사료화 문제 등을 떠나서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반면 학계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인 한양대학교 박주양 교수는 “서울시 하수관거 가운데 86%가 합류식이기 때문에 디스포저 도입에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하수도로 보내자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여건에 맞는 곳은 환경부 고시를 통해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기존시설에서 처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자원화업계 ‘반대’

 

그러나 기존에 음식물쓰레기의 자원화 등을 책임져 온 관련 업계로서는 절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3조원을 투입해 처리시설을 만들어놓고 지금에 와서 방법을 바꾼다면 업계 전체가 고사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업계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 이석길 실장은 “우리나라처럼 철저하게 분리배출을 하는 나라가 없는데 선진국 방식이라고 무작정 따라가서는 안 된다”라며 “음식물쓰레기는 훌륭한 자원인데 이를 갈아서 버릴 것인가? 그러면 현재 처리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길거리에 나가야 되는가?”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로 변해 농작물로, 사료가 돼서 동식물로 다시 식탁에 올라가는 선순환구조가 필요하다”라며 “지금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이 최선은 아니지만 현재의 인프라를 무시한 디스포저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없다”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현재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는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음식물쓰레기 사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료로 쓰이기에는 영양분이 균일하지 않고 구제역 우려 탓에 동물성 식품이 함유된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 분뇨를 재료로 만든 사료를 우선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원료로 한 사료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석길 실장은 “음식인 상태에서는 농식품부가 관리하지만 이것이 음식물쓰레기가 됐을 때는 환경부 소관이고 비료나 사료로 재활용하면 다시 농식품부 소관으로 변해 각종 제재와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에너지화와 관련해 DSK 김응교 회장은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번 균이 죽으면 다시 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이 아닌 소규모로 분산형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쪽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디스포저로 갈아서 쉽게 버리자고 하면 제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신중하지만 분명하게’

 

환경부는 ‘신중한 접근’이라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부서간 업무협의를 통한 단계적인 접근 태도를 보인다. 지난 2009년에 오물분쇄기 도입을 추진하려다 역풍에 부딪혀 접은 사례가 있는 만큼 여론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폐자원의 재활용 측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폐자원관리과 신진수 과장은 “환경적으로 보면 불편한 것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화도 좋지만 물질 재활용시스템이 환경을 더 생각하는 마음 아니겠는가”라며 “지금까지 3조원 이상 투입해 만든 처리시설과 중복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생활하수과 홍동곤 과장은 “처리시설을 만드는 데 3조원이나 들였지만 하수도를 확충하는 데는 매년 4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렇게 만든 하수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 전 지역을 허용할 수는 없지만 신도시 등 지역별 여건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도입하려면 현행 하수도법을 고쳐야 한다. 따라서 공청회, 전문가 검토 등의 각종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 환경부는 현재 시범사업을 마치고 상하수도, 폐기물 전문가 등의 의견까지 수렴한 상태다. 아울러 4월 안으로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친 후 5~6월에 추가 공청회를 거쳐 8~9월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주방용 오물분쇄기인 디스포저와 관련 기존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의 반발이 거세기는 하지만 시민 편의라는 측면에서 여론을 무시할 수 없고 지자체 요구 때문에라도 부분적으로 도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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