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공교육 살리기부터 해야“
상태바
“고교 무상교육..공교육 살리기부터 해야“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3.08.16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총 설문조사결과, 교원대다수 시기상조

전기료 부담에 냉방조차 제대로 못하는 열악한 학교 재정이 개학 연기 사태까지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 무상교육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는 ‘고교 무상교육 2017년 전면실시에 대한 교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 했다.


조사 결과 찜통교실로 전국 수백 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2017년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 교원 대다수가 ‘공교육 살리기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교총이 이번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2017년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높았고, 전반적인 무상 교육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시급한 의무 공교육 여건 개선을 고려할 때, 점진 추진하거나 보편적 교육복지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이는 전기료 부담으로 냉방기 가동도 제대로 못해 수업 파행을 겪는 학교 현장의 거부감이 표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교총은 지난 6일~11일 전국 초‧중‧고‧대학 교원 22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 무상교육 2017년 전면실시에 대한 교원 인식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6%) 결과 드러났다.


교총은 지난달 30일 당정청이 2014년 도서벽지를 시작으로 2017년 고교 전면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시도 교육재정 악화, 공교육 여건 개선 방치 논란 등이 비등해진 것과 관련해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에서 무상교육 2017년 전면 실시에 대해 60.7%의 교원은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긍정적 의견은 38.9%에 그쳤다. 부정적 의견 입장의 교원들은 그 이유에 대해 ‘고교 무상교육 재정 투입으로 공교육 여건 개선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4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국민 세금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시키므로’(28.5%), ‘되레 저소득층 학생에게 돌아가는 다양한 복지재원을 잠식하기 때문에’(16.6%) 순으로 응답했다.


교원들은 전면 도입시기인 2017년에 대해서도 73.9%가 ‘빠르다’(이중 ‘너무 빠르다’가 42.7%)고 답해 우리 교육여건, 재정여건 상 2017년 전면 실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되레 ‘만3~5세 유아 무상교육이 더 먼저 돼야 한다’는 답변이 60.2%로 ‘고교 무상교육이 먼저 돼야 한다’(15.4%)는 답변을 크게 압도했다.


이 같은 현장 정서를 반영하듯 교원들의 92.1%는 ‘고교 무상교육보다 중도탈락 학생 문제해결, 학교 시설환경 및 수업환경 개선 등 공교육 내실화부터 우선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이중 67.5%는 ‘매우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교원들은 고교 무상교육이 현 교육재정 여건 상 ‘무리’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고교 무상교육으로 ‘타 부분 교육재정을 위축시키고 학교 재정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는데 압도적인 76.3%가 응답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는 답변은 19.3%, ‘예산 여유가 있어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결과, 교원들은 무상급식, 누리과정, 고교 무상교육 등 각종 무상 교육복지정책에 대해 ‘속도 조절’과 ‘보편적 교육복지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각종 무상 교육복지에 재정이 많이 투자되는 것에 대해 ‘시급한 의무 공교육 여건 개선, 한정된 교육예산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 점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54.9%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 복지를 더 두텁게 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보편적 복지정책은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35.3%나 됐다. 우리나라 경제 및 교육예산 규모 상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9.8%에 불과했다.


교총은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전기료 부담에 냉방조차 제대로 못하는 열악한 학교 재정이 개학 연기 사태까지 빚고 있는 게 우리 공교육의 현실”이라며 “고교 무상교육보다는 기본적인 학교 수업환경, 시설환경 개선과 중도 탈락학생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교육 살리기에 정책과 재정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사용량의 1% 수준에 불과한 초‧중등학교가 전기료 부담 없이 교실 냉방조차 할 수 없는 ‘후진적 공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편적 고교 무상교육부터 추진하는 것은 한정된 교육예산을 고려할 때, 선후가 잘못된 재정투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교총이 실시한 ‘학교 살림살이 실태조사’에서 교원들은 학교기본운영비가 부족해 ‘냉난방을 못해 학생들이 수업을 힘들어한다’(60.5%), ‘교수학습자료 구비, 체험활동 등을 못해 교육이 위축되고 있다’(55.7%),‘노후‧파손된 시설환경 보수가 어렵다’(57.4%), ‘비 새는 교실이 있다’(37.6%)며 열악한 공교육 현실을 토로했다.

또 학교운영비 부족 원인에 대해 ‘무상 복지예산 증가’를 제1요인으로 꼽았다. 무리한 무상 교육복지 정책들이 학교 재정을 압박해 도리어 가장 기본적인 교실복지, 수업복지를 방치시키는 셈이다.


아울러 매년 학업중단학생이 7만 명에 달하고, 이중 절반이 초‧중학생이라는 점은 의무 공교육 체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탈학생 예방을 위한 인성‧진로 중심의 교육체제 개편, 학교 상담기능 강화,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 등 공교육 내실화 정책이 더 시급하다.


특히, 학생폭력 빈도가 가장 높고, 생활지도가 가장 어려워지고 있는 중학교를 다양화하는 체제 개편을 통해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부응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 교총은 “현재 국제중, 예체능중은 극소수 학생들만 갈 뿐, 대다수 학생들은 일반 중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며 “직업전문중학교 도입 등 중학교 체제 다양화가 필요한 만큼 관련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교육복지 공약 실현에 교육부는 향후 5년간 45조 9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한 반면, 기획재정부는 33조 3000억 원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중 고교 무상교육만 보면, 교육부는 2017년까지 9조 3000억 원을, 기재부는 7조 7000억 원을 소요예산으로 예측했다. 12조 6000억 원의 갭은 타 교육재정을 압박하거나 지방채 발행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OECD 수준 교육여건 개선(4조 7000억 원), 학교체육활성화(1조 4000억 원) 등 10조 7000억 원은 반영되지 않아 다른 교육사업 세출을 줄여서 해결해야 한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최근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로 개선안을 모색하고 있고, 당정 내부에서 무상복지공약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의무 공교육 여건 개선과 저소득층에 대한 선택적 교육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재정 여건을 고려해 고교 무상교육을 점차 확대하는 등 무상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