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한 마리가 제주조릿대 잎 위에 긴 대롱을 펼쳐놓고 맑은 물을 들이켜고 있습니다.
정말 귀엽게 생겼지요?
날개 아랫면이 온통 흰색 바탕인데 그 위에 검은 점들이 마치 바둑알이 놓여있는 듯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비는 '바둑돌부전나비'라고 불립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 나비를 보았냐고요?
제주조릿대가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산책로를 걷다가 만났지요.
저 곳을 막 스쳐 지나는데 아주 작고 거뭇거뭇한 나비들이 팔랑팔랑 날아오르더라고요.
나비들은 그리 멀리 날아가지 않고 근처 제주조릿대 잎 위에 곧바로 내려앉았습니다.
그 중 한 마리가 살금살금 잎 뒷면으로 향하더군요.
나비가 향한 잎 뒷면에는 진딧물들이 빼곡히 매달려 있었습니다.
나비는 긴 대롱을 펼쳐 진딧물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먹는 듯 하였습니다.
주변 조릿대의 잎 뒷면을 살펴보니 진딧물들이 많기도 합니다.
바둑돌부전나비는 한반도 중부 이남 해안지방과 서해안, 동해안 일부 지역, 제주도, 울릉도 등 섬 지방에 국지적으로 분포합니다.
애벌레는 이대, 조릿대 등의 벼과(gramineae)식물을 먹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주조릿대에 기생하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먹거나
진딧물의 가슴 등판에서 분비되는 밀랍 형태의 흰 분비물을 먹고 자랍니다.
어른벌레는 일본납작진딧물의 분비물을 빨아 먹습니다.
마치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를 연상하게 만드는 나비입니다.
수컷은 오후에 햇볕이 드는 낮은 잎 위에서 텃세 행동을 하고,
암컷은 조릿대나 이대의 잎 뒤에 무리 지어 있는 진딧물 사이에 알을 하나씩 낳습니다.
저 진딧물 무리 사이에 납작하고 하얀 바둑돌부전나비의 알이 놓여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비의 습성을 알고 나니 나비가 달리 보이지 않으세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