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제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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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제주인?!
  • 김성배
  • 승인 2014.03.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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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인재개발원 평생교육과 주무관

김성배 인재개발원 평생교육과 주무관
지금은 종방된 모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에 짧은 시간안에 많은 단어를 설명하고 상대방이 맞추게 하는 게임코너가 있었다.

마음은 급하고 용어에 대한 개념은 얼른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모습을 보며 방청객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게하는 것이 그 게임의 묘미였다.

그 때 한 노련한 출연자는 아주 수월하게 자기 팀원이 낱말을 맞추게 하는 것이었다. 그 요령은 단순했다.

그냥 해당 낱말의 반대말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령, 산이라는 낱말을 설명할 때 ‘바다 말고 뭐지?’라고 하면 바로 ‘산’이라는 답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개념을 정의할 때 그 개념의 반대개념을 정립하면 원래의 개념이 보다 명확해질때가 있다.


개념의 ‘개槪’라는 한자를 보자. 쌀가게에 가서 쌀을 한 되 사러 간다. 주인이 한 되를 재는 됫박을 가져와 거기에 쌀을 수북이 붓는다. 그럼 고봉이 된다. 그대로 주면 주인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걸 싹 깎아낸다. 정확히 한 되가 되도록 깎아낼 때 쓰는 이 도구를 평미레라고 하는데, 한자로 ‘개槪’라고 쓰는 것이다. 즉, ‘개槪’라는 말은 공통의 틀 속에 들어가지 않는 여분의 것을 깎아 버리는 도구이다. 그리고 됫박의 나머지에 해당하는 것이 반대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을 일컬어 ‘제주정착민’ 또는 ‘제주이주민’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견 무난한 듯 보인다. 그런데 개념의 잣대를 들이대면, 제주에 정착하지 않는 사람들은 ‘제주미정착민’이 된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미정착’이라는 말이 불완전하고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느낌이 든다. 제주 바깥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할 것이다. ‘제주이주민’은 어떤가. 반대말은 ‘제주원주민’이 된다. 논리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런데, 원주민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가 다소 거부감이 든다. 아프리카 토인들이나 인디언들이 연상된다. 그런 에고(고정관념)가 있는 사고방식이 문제이지만 우리의 언어정서상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타 지역에서 여기 제주로 새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용어를 ‘새제주인’으로 부르는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당장 반박할 것이다. 반대말은 ‘헌제주인’ 또는 ‘구제주인’인데 이건 더 이상하다고.


하지만 ‘새제주인’의 새는 형용사 new, fresh의 의미가 아니다. 부사 ‘새로이 newly’ 다. 제2의 인생을 제주인으로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새’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를 간단이 줄여서 ‘새제주인’이다.


대한민국 1%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동력원이 되어 줄 제주정착민 또는 제주이주민. 이 들이 온전히 제주사회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제주의 구성원으로 맞아들이고 이 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들을 ‘새제주인’이라고 부르자. 그 들은 제주를 ‘새제주’로 바꾸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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