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산림욕장
산림욕장 산책로에는 벌써 낙엽이 쌓여가네요.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머금은 잎은 산들바람에도 힘없이 곤두박질칩니다.
아직 단풍 든 나무는 보이지 않으나 실로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서있는 듯한 감성에 젖어들게 됩니다.
순간 낙엽과 함께 단단한 것이 툭 떨어집니다.
바닥에는 때죽나무 열매가 나뒹굴고 있더군요.
산책로 위로 가을이 벌써 찾아든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무다리 중간쯤에는 윤노리나무에 엉켜 자라는 으름덩굴이 있습니다.
역시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더군요.
2-4개씩 붙어서 아래로 매달린 길쭉한 열매는 자갈색으로 익게 되는데
10월경 복봉선(腹縫線)을 따라 터지며 종자가 분산됩니다.
과육이 달고 씨앗이 씹힐 때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하여 '으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잘 익어서 벌어진 열매를 새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더 걷다보면 나무그늘 아래서 자라는 추분취의 꽃도 보입니다.
추분취는 제주도의 그늘진 숲 속에서 자라는 국화과(Compositae)식물입니다.
높이 50-100cm로 자라고 8-10월에 하얀 꽃이 피어나지요.
잎겨드랑이마다 아주 작은 두상화서가 달렸는데 그 안에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핀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딘가 모르게 가을 정취가 묻어있는 꽃이지 않은가요?
빗방울이 잠시 잠잠해진 사이 서둘러 산림욕장을 빠져나오려는데
단풍마 꽃에 곤충 한 마리가 매달려 있어 또 다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고려긴가슴잎벌레가 재빠르게 단풍마 암꽃 뒤로 숨어버리더군요.
다른 한 마리는 바로 옆 줄기를 타고 도망을 가다가 잎을 모조리 갉아먹은 자루에 매달려 주변을 살핍니다.
곤충에 관심이 쏠린 사이 다시 비가 후두둑 쏟아지더군요.
비는 목요일까지 이어진다고 하네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