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안개는 무얼 가리고 있을까
오늘도 아침부터 안개 자욱!
좀처럼 걷힐 기미가 없네요
저물도록 해님 얼굴 안 보여주려나 봅니다.
아니, 이럴 수가! 반은 녹색 반은 붉은 색
상록수 두 종류를 가까이 심어 마치 한 나무처럼 둥글게 다듬어 놓았네요.
색깔이 반반인 저 나무를 보니 우리나라 탈 중에서 둥근 얼굴에
반은 홍색, 반은 백색인 홍백양반탈이 떠올라 웃음이 납니다.
요건 홍록양반이라 불러야 하려나요?
하지만 이 얼굴은 광나무랑 녹나무로 이루어졌으니
철이 바뀌면 얼굴색이 달라지겠네요.
녹나무 붉은 새순은 머지않아 푸르른 녹색으로 바뀔 테니까요.
그럼 그땐 녹록양반이라 불러야할까봐요^&^
아담한 체구의 반송에도 새순이 많이 자랐습니다.
새순 아래쪽에는 수꽃들이, 맨 위에는 암꽃들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제주특산희귀식물전시실에는
아름다운 새순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솔비나무가 있습니다.
엊그제 날 좋을 때 은빛 반짝이는 새순을 내놓았더군요.
채진목 새순도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어린잎에 하얀 털이 많아서 저런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지요.
안개는 도무지 걷힐 기미가 없고, 안개비마저 간간이 흩뿌리는데
휙 휙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있어 둘레 둘레 주변을 살피다 고개를 드니
어머나~ 저기에 제비집이!
놀라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서 있는데
제비 한 마리가 집 속에서 살그머니 나오네요.
좀 있으니까 한 마리가 잽싸게 날아와서 짝꿍 입에 뭔가를 넣어주고는
잠시 앉아있다 다시 쌩 ~ 날아갑니다.
아마 알을 품고 있나봐요. 그래서
배고픈 짝꿍한테 먹을 것 구해다 주나 봅니다.
천정을 둘러보니 제비집이 무려 열 곳이 넘네요.
여기도 한 쌍이 보금자리를 꾸몄네요.
작년에 지은 집들이라는데 오늘은 두 군데서 제비들이 보입니다.
안개 덕분에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기도 하는군요.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