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야생화원과 참꽃나무 스케치
야생화원의 동쪽을 지켜주는 든든한 바람막이,
신록으로 부풀어오른 풍성한 상록참나무숲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 아래에는 활짝 핀 붓꽃이 파란 띠를 이루고 있군요.
길 왼쪽에는 언제보아도 청초한 붓꽃이 한창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화사한 해당화가 수줍은 듯 꽃잎을 오므리고 있습니다.
꾸물꾸물 흐린 날씨인데다 꽃잎을 열기엔 아직 좀 이른 시간인가요?
해당화 뒤에는 밝은 자줏빛 자란들이 숨은 듯 고개만 내밀고 있네요.
예전엔 보기 드문 꽃이었지만 요즘은 여느 집 꽃밭이나 정원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흔치않게 볼 수 있지요.
5월에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분주한 움직임들이 눈에 띕니다.
야생화원에도 아침 일찍부터 김매기 작업이 한창이군요.
제줏말로 검질매는 삼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지금쯤 참꽃나무꽃이 많이 피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떠올라
줄지어 서 있는 배롱나무 옆을 지나 관목원으로 곧장 올라갔습니다.
관목원으로 들어서서 몇 발짝 오르니 저만치 앞 숲속이 환합니다.
참꽃나무 두 그루에 꽃이 만발했네요.
연두빛 넓은 잎과 화사하게 어우러진 붉은 참꽃!
잎도 꽃도 색감이 참 맑고 곱습니다.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서로 손잡고 있는 것 같은 참꽃 너머로
비밀의 화원으로 가는 입구가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연두빛 새잎이 받쳐 올린 붉은 참꽃!
참꽃은 이렇게 큰 나무 그늘에서 잎과 꽃이 함께 피어야 제멋이지요.
참꽃나무 Rhododendron weyrichii
며칠 전 카메라에 담은 화목원의 참꽃
계곡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바람도 없고 큰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도 없이
뙤약볕 아래 덩그라니 서 있는 화목원의 참꽃나무들은
볼 때마다 지치고 목마른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저한테 알맞은 자리를 잡는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숲속을 벗어나 갯대추나무가 사는 동산에 오르니 저만치
오른편에 있는 구실잣밤나무에 새순이 구름처럼 얹혀 있습니다.
곧 꽃이 피겠네 생각하며 셔터를 누르려는데 훅 -
야릇한 밤꽃냄새가 풍깁니다. 윽, 벌써!
밤꽃인 듯 밤꽃 아닌 밤꽃 같은 너~
큭큭거리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오름 산책로로 접어듭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길옆에 있는 참꽃나무를 보러 갔는데
잎은 풍성하지만 꽃은 많이 피지도 않고 시들한 게 영 시원치가 않네요.
우울해진 기분으로 돌아내려와 산옆구리길로 들어섰는데
풀숲에 노란 방울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아~ 금난초가 피었네요!
방긋 방긋 웃는 귀여운 모습에 우울하던 기분이 싹 걷힙니다.
고맙다, 금난초야!
주차장 계단 위에서 바라본 야생화원 주변
멋진 홍단풍나무와 담팔수 사이로 야생화원이 아련히 보입니다.
요즘 야생화원에는 붓꽃, 물솜방망이, 우산나물, 해당화, 자란 등이 꽃을 피우고
오늘 김매기하는 구역엔 비비추와 약모밀이 생생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좀 전에 다시 나가보니 날도 흐리고 일하느라 더우신지 모자를 한 데
가지런히 모아놓고 풀을 뽑고 계시더군요.
만날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시는데 고개를 돌릴 짬도 없으신가 봐요.
오늘은 요 동산에 있는 검질들을 말끔히 뽑을 요량이신가 봅니다.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