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아이누길앞잡이를 쫓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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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아이누길앞잡이를 쫓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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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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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아이누길앞잡이를 쫓아서  

               

 

 

봄 햇살이 사뭇 따갑습니다.

문득 그늘이 그리워지는 순간 아이누길앞잡이가 난데없이 나타나 길안내를 하는군요.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곤충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날며 자꾸만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실 곤충이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해 이동을 하는 것인데 쫓아가는 사람의 눈에는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이니 우스운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누길앞잡이가 날아오를 때마다 청록색 광택으로 빛이 나니 그 모습이 신기하여 쫓아갔던 것도 같습니다.

 

나무그늘이 드리워지는 곳에 다다를 때 아이누길앞잡이를 그만 놓쳐버렸습니다.

곤충이 그늘로 안내를 한 것이려니 생각하며 잠시 바위에 앉아 햇볕을 피해봅니다.

 

나무 그늘 아래 자그마한 노란 꽃이 피어있네요.

 

응달에 사는 뽀리뱅이라는 뜻을 지닌 그늘보리뺑이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그늘보리뺑이가 피어난 숲 안쪽으로 들어섰더니 큰 바위 하나를 가운데 두고 모여 자라던 굵직한 나무 세 그루 중 한 그루가 가로 누워버린 광경이 펼쳐집니다.

 

바위 곁에 뿌리 내리고 비스듬히 자라던 나무가 어떤 충격을 받고 쓰러진 것입니다.

그런데 누운 나무를 바라보자니 큰 키에 놀랄 지경입니다.

다행히 주변에 나무들이 많지 않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덩치 큰 나무에게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많았을 뻔 하였습니다.

 

더 다행인 것은 쓰러진 나무가 멀쩡히 꽃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쓰러진 산개벚지나무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산개벚지나무는 꽃이 잎보다 약간 늦게 피고 화서에 숙존성(宿存性) 포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꽃을 찾아 날아드는 벌들의 날개 소리가 아주 경쾌하게 들리네요.

 

꽃의 싱그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산개벚지나무 줄기를 타고 자라던 바위수국 또한 꽃봉오리를 터뜨릴 기세입니다.

커다란 나무와 함께 살아가던 생물들이 많았을 터인데 참 다행인 일입니다.

하늘을 향해 꼿꼿이 자라던 나무가 자세를 바꿔 누웠으니 숲의 작은 공간에 예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나겠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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