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금융과 대안화폐'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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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금융과 대안화폐'를 배운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06.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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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9일 특강(강의 요지)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제주대학교 리걸클리닉센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제주씨올네트워크는 오는 9일 (화) 오후7시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제주시 제주시청 옆 벤처마루 빌딩 10층 대회의실에서 '사회적 금융과 대안화폐'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한다.

초청강사는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

대한민국 최고의 사회적금융전문가로 알려진 분 원장은  뛰어난 달변과 해박한 지식의 명강의로 유명하다.

제주에서 전문가와 함께 사회적 금융과 대안화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문진수 원장의 강의 요지를 옮겨 게재한다.

 
 

사회적 금융

사회적금융이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돈이 돌도록 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금융활동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사회적’이라는 표현이 주는 상투적 느낌 때문에 이 생소한 단어를 윤리적 구호쯤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회적금융은 길고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사회적금융이야말로 ‘진짜’ 금융의 모습일지 모른다. 잊을만하면 위기를 일으키며 전 세계 경제를 파탄에 빠뜨리는 현대금융의 모습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돈이 사람을 위해 일하게 하는 금융은 가능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소액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해주어 자립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딧 방식이 도입된 것은 18세기 초의 일이다. 최초의 신용협동조합은 고리대금업자들의 횡포에 맞서 1864년 독일에서 설립되었다.

낙후된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자체 기금을 조성하고 중개기관을 세운 지역금융의 역사도 100년이 훨씬 넘는다. 모두 부도덕하고 파괴적인 기성 금융 질서를 혁신하기 위한 치열한 자구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금융은 오래전부터 그 모습을 갖춰왔고, 2008년 금융 위기를 지나면서는 그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크게 보아 사회적금융은 1) 소액대출과 지원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빈곤층의 자립․자활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딧, 2) 기부나 자선을 넘어 주로 지속 가능한 투자 기반을 만들어가는 사회목적투자, 2) 낙후된 곳에 돈이 흐르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역개발금융, 4) 자조 ․ 자립형 사회경제 클러스터 조성에 중추 기능을 담당하는 조합형 관계금융의 네 분야로 나뉜다.

현대 금융은 이자와 화폐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작동된다. 화폐는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일종의 약속어음이며, 이자는 돈의 희소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실물 경제를 보조하고자 만들어진 이 두 개의 수단은 어느 사이에 그 자체로 절대적인 원칙으로 군림하며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금융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대신, 더 깊은 빈곤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흉기가 되기도 하며, 국제 금융 시장은 투기성 자금의 놀음판이 된 지 오래다.

하루에 약 2조 달러가 결제되는 국제 통화교역 시장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교환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액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오직 통화만을 주고받는 투기성 거래다.

화폐 전문가인 마그리트 케네디(Margrit Kennedy)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평균 40∼50%가 이자 비용이라고도 말한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정말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 시간에 따라 불어나는 이자라는 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물어봐도 좋지 않을까. 이자를 받지 않는 은행, 우리 동네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화폐를 꿈꾸는 게 정말 순진한 이야기일까.

 

 


대안화폐

돈이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해주는 매개 수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돌고 돌아야 할 돈이 잘 돌지 않는다.

돈은 어디로 갔는가? 은행 금고에, 부자들의 통장에 잠들어 있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상품화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이 무가치하게 매몰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충분히 교환 가능한 자원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가난한 것은 활용할 자원이 없거나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지역 안에는 수많은 자원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 자원들을 순환시킬 수 있는 매개체, 즉 돈이 없을 뿐이다. 이 화폐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들을 교환할 수 있는 수단, 즉 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대안화폐는 수천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안화폐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화폐를 만들었는가에 따라, 어느 만큼의 물리적 공간을 유통 범위로 삼는가에 따라, 어떤 매개 수단을 채택하고 있는가에 따라 상이한 형태와 방식을 띠고 있다.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대안화폐의 세계는 아직 미지의 땅이다. 지역화폐는 호혜적 관계망이 살아 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 유통되지만 이 영역을 넘어서면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의 브리스틀파운드, 프랑스의 낭트화폐가 그 모델들이다. 적용 대상과 영역도 확장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교육, 환경, 사회복지 등 의 분야에 접목된 화폐들이 나타날 것이고, 지역화폐 역시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될 것이다. 돈에 대한 생각의 ‘틀’이 바뀌고 있다.

대안화폐가 할 수 있는 일 중 으뜸은 죽은 노동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는 교환을 전제로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방식, 줄 것이 없으면 받을 수 없는 구조, 혹은 줄 것이 있어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줄 수 없는 것이 이 시스템의 기본 원리다.

거래와 가격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장사회에서, 임금이 유일한 생존 수단인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화폐와 맞바꿀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이념인 노동 시장 유연화는 인간의 노동력을 구조적으로 방치하겠다는 뜻이다.

실업자들의 대규모 양산은 기정사실화되었고,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져가고 있다. 시장 자유주의자들이 신앙처럼 떠받들던 보이지 않는 손이 잘려나간 우울한 현실 앞에서 많은 이들이 절망하고 있다.

대안화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각자가 소유한 것들을 대안화폐를 활용해 교환함으로써 시장에서 외면당한 죽은 노동을 살려내는 것이다.

일정한 공간 안에서, 일상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안화폐는 시장에서 버림받은 노동을 공동체라는 맥락 안에서 건강한 노동으로 되살려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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