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초여름날의 숨바꼭질
정오가 넘은 시각, 부슬 부슬 내리는 비에
우산을 받쳐들고 야생화원으로 갔더니 어머나!
빽빽하게 자란 해국 위로 쑥 자라 올라간 풀 하나가 눈에 띕니다.
건너편 약모밀밭에도 똑 같은 꽃이 눈에 띄네요.
이게 누굴까?하고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더니
여기가 얘네들 밭인가 봐요. 헌데
햇볕 잘 듬직한 이곳엔 키가 한 뼘도 채 되지 않네요.
옆에 있는 한라부추밭에도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데
여긴 조금 더 큰 듯 하고요.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조뱅이 같습니다.
조뱅이 Breea segeta (Willd.) Kitam. f. segeta
숨바꼭질하다가 ‘나 여깄다’하며 불쑥 나타난 것처럼
참 놀랍고 반갑습니다.
줄기 끝에 피어 있는 꽃 한송이에다 하나씩 어긋난 타원형 잎이
간결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네요.
동네 빈터에서 보던 것과는 영 느낌이 달라요.
조뱅이란 이름은 꽃은 엉겅퀴와 닮았으나
날카로운 가시가 없다는 옛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들렀던 교목원 그늘
잎들이 무릎 위까지 자란 애기범부채 무리 속에도
꽃 한 줄기가 숨어 있었지요. 색깔이 얼마나 화려한지
숨어 있어도 너무 티가 났어요.
어떤 술래라도 조금만 살펴보면 다 찾아낼 걸요.^^
관목원 꽝꽝나무 옆에 바짝 붙어있던 수염패랭이도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네요.
모두들 숨바꼭질에 열중인 것 같아요.
숨을 곳 없이 다 드러난 우산나물은 아주 작은 바람에도 몸이 흔들거립니다
키를 쭉 늘인 모습이 꼭 누구를 찾는 것 같네요.
혹시 우산나물이 술래인가요?
여기 숨어있으면 들킬 염려가 없겠지요?^^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