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늘 푸른 목련, 태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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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수목원】 늘 푸른 목련, 태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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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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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수목원

 

 

【한라수목원】 늘 푸른 목련, 태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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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에 이끌려 올려다 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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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에 크고 둥그스름한 흰 꽃이 피었습니다.

태산목 Magnolia grandiflora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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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란 가장 큰 산을 이르는 말인데

태산목은 20m까지 자라는 북미원산의 큰키나무로, 잎도 크고 꽃도 크고

전체적인 수형이 듬직해 보이는데다가 항상 푸른 잎을 달고 있기 때문에

목련과 식물 중에서 이런 큰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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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이죠.

대부분의 연꽃들은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꽃의 수명이 짧습니다.

보통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데 태산목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향기가 좋은데...아쉬운 마음으로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살펴보니

​​여기 저기에 봉오리가 여럿 보이네요. 그래도 앞으로 며칠간은

이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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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자라는 메타세콰이어나 낙우송에 비하면 키는 어른과 중학생 정도랄까요?

하지만 태산목은 알맞게 퍼지는 수형과 보기 좋은 크고 길쭉한 잎, 향기 짙은 꽃,

게다가 가지치기나 별다른 손질이 필요없는 나무라 해서 관상수로 인기가 많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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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태산목을 생각하다보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도 눈에 띄나 봅니다.

가까이서 꽃을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퇴근길에 동네 아파트 정원에서

태산목 꽃을 보았습니다. 꽃 크기가 정말 국수대접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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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에 있는 꽃은 이미 시들기 시작했군요.

순백의 향기롭던 꽃잎은 상처입고 변색되면서도 끝까지 암술을 보호하느라 애쓰고

​​제 몫 다하고 떨어진 수술들까지 고스란히 받아 안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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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완전히 갈색으로 변한 뒤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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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꽃잎이 낙엽처럼 누워 있습니다. 향기도 없고 색깔도 칙칙한 그 모습이

자식에게 뼈와 살 다 내주고 우주로 돌아가는 어버이와 닮았습니다.

낙엽이 꽃잎 같고 꽃잎이 낙엽 같습니다. 그런데도 나무 아래서 하얀 꽃잎만 찾았으니...

​​향기가 아니었으면 꽃이 피고 다 졌어도 모를 뻔 했습니다.

태산목이 꽃을 피웠으니 이로써 나무에 피는 연꽃은 마감이 되는 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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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도 중순, 한해의 반이 훌쩍 넘어가네요.

태산목 그늘에 서서 잠시 숨을 골라 봅니다.

들숨으로 향기를 끌어당기고 날숨으로 아쉬운 맘을 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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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직박구리가 두리번거리다 엄마 아빠를 따라 센달나무 너머로 날아갑니다.

소리는 아직 앳되지만 힘찬 날갯짓이 건강해 보입니다.

뜨겁고 강렬한 여름 햇살에도 끄떡없이 잘 클 것 같아요.

찍찍거리는 새 소리들이 오늘은 유독 정답게 들립니다.

 

 

(글 사진 한라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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