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나비는 꿀을 빨고 꿀벌은 꽃가루단지 옆에 차고
꿀벌이 잉잉대는 소리에 발을 멈추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광택이 나는 진한 초록잎들 사이에
작은 꽃들이 피어 있네요.
나무 아래로 들어서니 정말 소란스럽습니다.
수많은 벌들이 잉잉대며 꽃가루단지를 불리느라 열심이군요.
눈과 귀가 어지러워 밖으로 나서니 밝은 햇살에 새 잎이 반들거리며
초록빛을 발합니다. 갸름한 타원형 잎이 참 매끈하고 단정하게 생겼습니다.
먼나무 Ilex rotunda Thunb
화목원에 있는 먼나무는 전체 수형이 둥글고 아담하네요.
멋있게 생긴 나무라고 멋나무라고 불리다가 먼나무로 굳어졌다고들 합니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늘 푸른 잎이 무성하고 가을에
열매가 익을 즈음이면 초록으로 빛나는 잎과 붉은 열매가 조화로워서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지요. 그래서 관상수로 인기가 많고 추운 겨울까지
남아있는 열매는 새들의 겨울식량이 되기도 하는 멋진 나무랍니다.
나무 밑에는 꽃잎이 뒤로 제껴진 깨알같은 꽃들이 꽃자루째 떨어져 있습니다.
먼나무는 암수딴그루라는데 꽃이 통째로 떨어진 걸 보니 이 나무는 수나무겠군요.
올 가을에 붉은 열매 보려면 다른 데서 찾아야겠어요.
오늘도 동박새는 가지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며 꿀을 따느라 바쁘고
흑백무늬가 멋진 잠자리가지나방은 쥐똥나무꽃에 얼굴을 박고 꿀을 빠느라 여념이 없네요.
까만 점이 쫑쫑 박힌 노란 배가 참 통통해 보입니다.
낙엽을 닮은 뿔나비는 길바닥에서 부지런히 빨대를 주억거립니다.
사람이나 나비나 건강하게 지내려면 비록 미량이지만
적당한 염분과 무기질 섭취가 꼭 필요하지요.
시끄럽게 찍찍거리며 날던 직박구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시
초연한 모습으로 대숲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군요.
뽕나무 그늘에는 누가 숨어 있을까요?
‘휘휘 호이호이 호이호이’ 그러다가 기분이 좋으면 목청을 돋우어
‘히호시 히호시’ 하고 경쾌하게 노래하지요.
워낙 특이하게 생긴 녀석이라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나예요 나, 삼광조!
지저귀는 소리가 하늘에 빛나는 해, 달, 별의 음과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에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짜증나고 축 처진 기분을 단번에 훅 날려버리는 기분좋은 소리랍니다.
요즘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까이 있는 것들에게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보면 어떨까요?
숨만 길게 내쉬어도 벌써 경계가 느슨해지고 몸이 편안해지면서
가슴에 사랑이 연결되는 게 느껴질 거예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요^^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