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모기낭과 청띠제비나비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들을 모아놓은 화목원 전경입니다.
제주도의 상징인 녹나무를 중심으로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지요.
중심에서 서쪽, 무성한 나무들 틈에 기린처럼 훌쩍
큰 키가 두드러져 보이는 나무가 있습니다.
쭉 뻗어 올라간 줄기 끝에 풍성하고 기다란 복엽을 달고 있어서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들어오지요.
짙푸른 잎이 여름 무더위에도 끄떡없을 것처럼
시원스럽고 기운차 보이지 않나요?
나무줄기에는 짧은 가시가 사방을 돌아가며 촘촘히 박혀 있군요.
손바닥을 살짝 대보니 앗, 따갑네요!
머귀나무 (Zanthoxylum ailanthoides Siebold & Zucc.)입니다.
지난주만 해도 조용하던 머귀나무 우듬지가 벌과 나비들로 시끌벅적합니다.
드디어 꽃이 만발했군요.
웅웅거리는 벌들 위로 청띠제비나비가 날렵하게 날아옵니다.
어찌나 재빠른지 쫓아가는 제 눈이 뱅뱅 돌 지경입니다.
지난 5월 돈나무꽃 필 때 본 이후로 모습을 감췄었는데
얼마 전부터 활발하게 날아다니는 걸 보면 여름형이 출현했나 봐요.
저렇게 나란히 꿀을 빨다가도 갑자기 날아올라 다투는 듯 노는 듯
뱅글뱅글 돌다가다시 꽃 위에 내려앉는 모습이 무더위도
아랑곳 않고 뛰노는 아이들처럼 활기차 보이네요.
한참 눈으로 나비를 쫓다보니 머귀나무 근처에 있는 겹무궁화도
분홍빛 고운 나비로 보입니다.^^
옛날 시골에선,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짙푸른 잎을 가지째 잘라 마당에 쌓은 다음
쑥과 함께 모깃불을 피웠었지요.
쑥향과 머귀나무향을 실은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면
그 향을 싫어하는 지 모기들이 가까이 오지 않아 더위가 가실 때까지
마당에서 지내곤 했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머귀나무를 모기낭이라고 불렀었는데 어쩌다
머귀나무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마을 주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싹이 트면 3~4년 사이에
훌쩍 커서 제 수형을 갖추는 멋진 머귀나무.
시원스럽게 벋은 가지를 바라보며
한여름 무더위도 잊은 채 잠시
추억에 잠겨 봅니다.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