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무르익어가는 열매들
바라만 보아도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맑은 하늘입니다.
날씨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오늘,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네요.
양치식물원 입구에서 뒤돌아본 풍경에 가을 냄새가 좀 풍기지 않나요?
처서가 지난 지 사흘밖에 안 됐다고요?
제가 좀 성급한가요?
숲 속으로 들어가니 까마귀베개 열매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노랗던 열매에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해서 색깔이 훨씬 짙어졌습니다.
옆에 있는 말오줌때 열매는 붉은 겉껍질이 벌어져 속에 든 까만 씨가
드러나기 시작하네요. 잠자다가 빠꼼 눈을 뜬 이티처럼 말이지요^^
교목원을 훌쩍 넘어 약‘식용식물원으로 왔더니 알사탕만한
붉고 까만 열매들이 커다란 푸른 잎들 사이에서 방글거립니다.
천선과(Ficus erecta Thunb.)가 잘 익었군요.
이름을 풀어보니 신선이 먹는 과일이란 뜻이네요.
햇볕을 충분히 받고 잘 익은 천선과는 요즘 시중에 많이 나오는
무화과처럼 부드럽고 달고 향긋하지요.
파리들이 먼저 알고 찾아왔군요.
둘이서, 그러다 셋이서 과즙을 먹느라 열심입니다.
갑자기 뭐가 팔랑거려서 살펴보니 큰멋쟁이나비가 날아들었네요.
큰멋쟁이나비도 곧 날개를 접고 과즙을 빠는 데 열중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천선과에는 개미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사진 왼쪽에는 말라버린 과육 위로 누런 씨들이 드러나 있군요.
돌아오는 길, 교목원 숲 바닥에는 버섯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며칠 전에 흠뻑 내린 비로 촉촉해진 숲 속은 날마다
새로운 얼굴들을 밀어올리느라 열심이군요.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