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맹이 문서와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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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허맹이 문서와 청렴
  • 강화균
  • 승인 2016.03.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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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균 제주시 건설과 주무관

강화균 제주시 건설과 주무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 교육에서 “허맹이문서”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주에 부임한 허명 목사는 해녀들이 미역을 캘 때 내는 수세(水稅)를 없애고 돈 900냥을 준비해서 공용에 보태 쓰도록 하였다고 한다.

또 제주를 시찰하면서 백성들의 다양한 요구를 듣고 듣는 족족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관아로 돌아온 허명은 백성의 민원 가운데 들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쉽게 승낙만 하고, 약속을 실천하지 못하였다. 그 이후 백성들은 쉽게 승낙하고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하여 ‘허면이문서’라고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의 ‘허맹이문서’로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다.

일 여년의 제주의 목사 생활을 충실히 한 허명에 대하여 지역 주민들이 “목사허공명휼민청정비(牧使許公溟恤民淸政碑)”를 세웠다고 한다.

청렴한 국가로 알려진 핀란드는 2012년 국가 청렴도지수(CPI)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을 얻어 194개국 가운데 덴마크, 뉴질랜드와 함께 공동1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핀란드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공무원에게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2000년 아셈회의 당시 핀란드 대통령으로 참석한 타르야 할로넨의 일화도 참으로 의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집에서 쓰던 다리미를 직접 가져와 옷을 다려 입고, 머리 손질도 본인이 직접 하면서 대통령인 자신 역시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의식으로 12년에 걸쳐 2차례 대통령을 지냈다.

요즘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청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적으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사실 부패 척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을 잘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가치관이 팽배한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도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법령과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다양한 압력들이 여기저기서 들어오다 보니, 우리 스스로가 허맹이문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는 법령과 규칙이 정하는 사회적 의무를 충실히 준수하는데서 만들어진다. 물론 이를 위하여 정부는 물론 사회조직의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 등이 공정해야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서로가 처한 위치에 따라 권한의 남용 없이 서로가 맡은 바 임무 완수를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책임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보며 제2의, 제3의 청정비가 다시 제주에 세워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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