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처럼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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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새처럼 날다
  • 김용춘
  • 승인 2011.02.1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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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서귀포시청 기노가와시 파견)

유난히 날씨가 춥다.

일본 기노가와시 파견 3일째. 사무실에 익숙치 못해 직원간의 소통도 원활치 않다. 직원 이름 또한 길어 외우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오늘은 행글라이더대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답답해 할까봐 츠다상이 공보지 사진도 찍을 겸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옷이 없어 추울 것 같았지만 호의를 생각해 웃으면서 동행했다.

대회명은 스카이그랑프리 2011년이다 유래는 정확치 않으며 70년대부터 시작되어 25회 정도 개최되었다 한다.

행글라이더 여건이 좋아 동호인 몇 명이 찾으면서 시초가 된 듯 했다. 실행위원회는 민간인만으로 구성하여 운영한다.

봄과 가을 2회를 개최하다 최근부터 2월 1회로 축소됐다.

기간은 4일이며 일일 50여 명씩 200여명이 참가한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참가자는 대부분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왔고 지역민은 없는 것 같다. 작년까지는 한국인도 참가하였지만 올해에는 없단다.

산에 오르기 전 기노강변에 위치한 개회식장으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리자 멍한 느낌이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요란할 거라 생각했는데 행사장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그 흔한 현수막 하나 없다. 무대도 없었다.

단지 접수와 진행을 위해 천막 2동이 전부였다.

높은 사람을 위해 관중을 모으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하는 자체가 없고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새삼 우리의 행사방식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 일까. 많은 예산 투입과 행정의 통제, 휘황한 무대, 요란한 음향. 허례적인 게 너무 많다.

특히 행사에 치중해도 모자랄 판에 몇몇 정치인들을 위해 시간과 인력이 허비되는 것은 꼭 고쳐져야 할 것이다.

많은 축제를 담당했던 나로서는 다시 한 번 생각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행글라이더 출발지점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출발점은 류몬장 정상이다.

일본인들은󰡐후지산은 좋은 기운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명산으로 신성시 한다.

그러나 모든 이가 후지산을 접할 수 없어 각 지방마다 비슷한 유명한 산을 후지산으로 생각하여 기린다.

류몬장도 와카야마현의 후지산이다. 옛날 용이 살았었다고 하여 류몬장이다. 정상에서 굽어보니 기노가와천이 거대한 용과 같다.

출발에 앞서 차량들이 일렬로 줄을 선다. 초등학생들이 나들이 가듯 반듯하다. 40여대의 봉고차량들이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움직인다.

끼어드는 차도 먼저 가려는 차도 없다. 오히려 원칙을 지키니 더욱 빠르고 편안한 행렬이 된다.

우리 같으면 줄은커녕 먼저 가려고 뒤엉키기 일쑤일 것이다.

더욱 눈에 들어온 광경은 목표점 중간에서와 정상에서의 주차질서다.

류몬장은 750m 높이로 정상까지 포장이 되어 있었지만 도로 폭이 아주 좁고 노후하여 파인지점이 많았다. 선두차량이 갑자기 급경사지에서 정지했다.

드렁크에서 햐얀마대를 꺼내 구릉지를 메운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는지 구릉지에 맞게 돌이 든 하얀 마대를 준비했다.

산 정상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행글라이더를 조립하고 주차하기에는 협소하다.

그러나 차량들이 불필요한 공간을 남기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모든 차량이 주차를 했다. 참 용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질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할 때 가치가 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반성하며 생각해 볼 부분이다.

11시가 조금 못되어 정상에 도착했다.

3시간여를 행글라이더를 조립하고 비상 급기야 눈발이 내린다.

이 고생만큼 이 분들에게는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드디어 비상의 시간이다.

먼저 두 분이 시험비행을 했다.

이렇게 근접에서 사람이 나는 것을 본적이 없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산 아래로 급경사를 달리다 공중에 비상하는 광경은 무엇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마치 거대한 새가 날아오르는 듯 했다. 멀리서는 한 마리의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 빙글빙글 도는 듯 했다.

속세의 모든 짐을 벗어 던지고 깃털마냥 영혼이 날아다니는 착각이다.

사람은 진정한 일을 찾아 마음을 바칠 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이라.

내 몸도 덩달아 날아오른다.

강인한 두 다리가 땅을 박차고 뛰어 간다. 너무나도 검소한 행사에서 감동과 흥분이 넘쳐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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