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 제주도 5대 명산(진산) 중 바닷속에 있는 두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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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 제주도 5대 명산(진산) 중 바닷속에 있는 두럭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21.04.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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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도 주변에서 해산물을 캐지 않고 위에 앉지도 않을 만큼 신성시 여겨

제주도 5대 명산(진산) 중 바닷속에 있는 두럭산

 

 

이따금 육지에서 여행 온 사람이나 지인으로부터 제주에 과연 산은 몇 개가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 궁금점에 관하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대 정답은 없고 상황과 현실에 입각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그저 최선일뿐이다. 우선은 제주도가 오름들이 차지한 화산섬이기 때문에 산보다는 오름으로 부르고 있으며, 하나의 독립형 소화산체들이다.

정리하자면 산은 산이고 오름은 오름이라는 논리가 성립이 될 수도 있다. 새끼(알)오름들 대부분을 제외하고는 화산체들마다 명칭이 있는데 이 중 오름 외에 봉(峰)이나 악(岳)으로도 부르며, 일부는 산(山)으로 일컫는 곳도 있기는 하다.

그러면서도 옛 자료를 살펴보면 제주에 5대 진산(명산)과 관련한 내용이 있는데, 한라산, 산방산, 청산(성산. 구구봉. 일출봉). 영주산. 두럭산이 그 주인공들이다. 놀라운 점은 바로 이 중 하나인 두럭산이 바닷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항은 두럭산을 아무 때고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연중 가장 잘 볼 수 있는 날은 음력 3월 15일이며 시간은 간조 때에 절정의 순간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1년에 딱 한 번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음력 보름이나 그믐을 전후한 간조 물때에 맞추면 어는 정도는 확인이 되기는 한다.

예전에는 그저 아무 달이고 보름이나 그믐을 전후한 즈음에 찾기도 했었지만, 이번에 드디어 음력 3월 보름에 맞춰 두럭산을 가장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는 행운을 차지하게 되었다.

 

물때는 물론이고 날씨 상황도 무난한 편이라서 기대와 설렘의 정도는 덧셈이 되었다.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을 하여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서서히 정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갯바위 쪽으로 가지 않았음에도 봉우리에 해당이 되는 정상부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간조가 절정에 이르면 빌레와 두럭산 사이(색칠 부분)도 물이 빠지게 되면서 가장 근접한 조건으로 만나게 된다.

드디어 제주도의 다섯 개 명산(진산) 중에 바닷속의 두럭산을 만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하여 스마트폰의 줌을 당기니 정상 봉우리 외에 등성마루에 해당이 되는 주변도 노출이 되어 훔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고 마침내 해안 가까이로 이동을 시작하였다. 해안으로 이어지는 갯바위와 빌레는 썰물임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깅이포래(게파래)가 들어날 정도였으니 간조 상황은 충분히 확인이 된다.

모래밭은 물이 빠졌음에도 온통 웬보말(왠보말)들로 차 있었다. 다슬기나 민물 고동처럼 생긴 아이들인데 어렸을 적 껍질 끝을 잘라서 입으로 쪽쪽 빨아먹었던 추억이 되살아 났다.

 

 

 

김녕은 풍력발전기들이 많이 세워졌다.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곳곳에서 돌아가는 소리는 머무는 내내 귀에 들렸다. 차라리 정적의 공간이었으면 하는 욕심도 들 정도였다.

빌레를 따라 타원형으로 돌아서 가까이 갈 수 있는데 미리 갯바위 너머로 나타나는 주인공을 바라보면서 빨리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게 될 수밖에 없었다.

 

 

두럭산 해안의 동쪽 일대는 서건빌레(썩은 빌레)라고 부르는 곳이다.

과거 죽은 물고기들이 떠밀려 오곤 했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며, 일부 민간설에서는 두럭산과 관련이 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물이 빠진 시각이라 얌전한 것 같지만 상황은 바다 방향에서 달라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해안 수면은 빌레에서 더 멀리까지 물이 빠졌고 이제 귀하고 신성한 5대 명산 중 하나를 만날 차례가 되었다.

암초라고 할까.

수중 바위라고 할까.

아니면

바닷속에 숨은 산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해녀들도 주변에서 해산물을 캐지 않고 위에 앉지도 않을 만큼 신성시 여겨 온 곳이며, 낚시꾼이나 어부들이 애써 피해 다녔다는 성스러운 곳이지 않는가.

절정의 시간에 맞춰 발을 디딜 수 있는 가장 해안 쪽으로 접근을 하였다. 좀 더 이동을 할 수는 있었지만 행여나 이 지역 해녀분들이 호루라기라도 부르며 접근 자체를 막을까 염려가 되어서 이 정도로 하였다.

한쪽 정상 봉우리가 돌출이 되었고 주변에 형체를 달리한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물속의 산 체를 그려보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정말이지 허락만 한다면 금방이라도 헤엄을 쳐서 갈 수 있는 거리인지라 궁금증은 덧셈으로 변했다.

 

 

과연 존재한다.

두럭산은 전설 속의 산이 아니고 실제 존재한다.

그러나 바닷속에 있지만 산(山)이 아니라고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용암 쇄설물이 흘러 굳어진 모습이라면 ‘여’(수중 바위)나 ‘빌레’ 등으로 취급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자체 폭발이 이뤄져서 굳어진 형태라면 독립형 소화산체인만큼 산(山) 외에 악(岳이)나 봉(峰) 등을 포함하여 오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설의 섬이라 부르는 이어도 역시 하나의 오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다. 바닷속의 두락산과 관련한 상황이나 내부적인 면은 물론 수중 안의 입지에 관한 자료가 없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일전에 동네 사람들 특히 나이가 많으신 여성 어르신네들을 몇 분 만나서 여쭤봤지만 정확한 답변을 얻지는 못하였다. 다만, 금기시되는 여(수중 바위)인 만큼 해녀들 역시 좀처럼 드나들지 않았다는 것이 일부 증언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음력 3월 보름을 전후한 시기라면 간조 때에 맞춰서 이 광경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릴 만도 하건만 너무나 조용했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이러한 사연을 모르는 때문이 정답이라 생각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명소 썰물 때에도 물이 이 정도로 빠진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오랜 시간 속을 물속에 잠겨있다가 연중 몇 차례만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기 때문에 해초나 바위들의 색깔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두럭산의 존재.

두럭산은 산과 바다를 대표하는 제주의 진산이면서 한라산과 서로 대가 되는 산으로 알려져 있고,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한라산은 영산(靈山)이라 한 만큼 언젠가 운이 돌아오면 장군이 난다고 하였다. 또한 한라산에서 장군이 나면 이곳 두럭산에서는 장군이 탈 용마가 난다고 여겨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구전 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럭산을 신성한 바위로 여겨서 그 가까이에서는 언동을 조심하였던 것이다.

전해지는 내용 중에는 해녀가 바다에 나갔다가 두럭산에서 큰소리를 질러서 갑자기 바다에 풍랑이 일어 곤경에 빠졌었다고 한다.

또한 제주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설문대할망과 관련한 말도 전해지고 있는데, 몸집이 아주 큰 설문대할망이 한라산과 청산(성산)을 밟고 앉은 채 두럭산에서 빨래를 했다는 설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두럭산은 실제 존재를 하는 산이면서 바닷속에 있는 수중여이고 여러 구전되는 내용을 간직한 신성스러운 곳이다.

그렇다면 두럭산과 관련한 입증이나 추가적인 근거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아마도 민간 어원이나 구전 상의 내용이 포함되었겠지만 한 시기를 통하여 정해진 것만은 아닌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한국 민속 신앙 사전 중에 제주 풍해방지의례(濟州風害防止儀禮)에는 비슷한 내용들이 전해지고 있다. 두럭산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그 지역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유래 등을 통하여 전해지는 것들이다.

구좌읍 하도리 포구 주변에는 빌렛개라고 부르는 곳이 있는데 그 옆의 셍이(생이)동산의 구전 내용을 비롯하여, 난도(문주란 자생지. 토끼섬)의 할망당과 '난리여'이야기, 서귀포시 하효동 효돈천 하류 지역의 '신소'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마무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막걸리를 따르는 것으로 하였다.

바닷물 가까이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해녀분들로부터 소라 등을 잡는 행위로 오해를 받을 것 같아서 멀찌감치에서 의식(!)을 거행하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시국 좀 안정되게 해주시고 대한민국이 행복해지는 날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두럭산을 향하여 부으면서 기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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