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뛰는 투기꾼 위의 나는 농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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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뛰는 투기꾼 위의 나는 농지법
  • 강태훈
  • 승인 2021.05.2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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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훈 서귀포시 감귤농정과
강태훈 서귀포시 감귤농정과
강태훈 서귀포시 감귤농정과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에는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기되어 있다.

이는 농지의 소유권은 농사를 짓는 농민 또는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가질 수 있다는 원칙으로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헌법 정신이다. 농지는 농업의 근본적인 생산 수단이자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등의 중요한 기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법은 1994년에 제정되었는데 생산수단으로써 농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재산 및 부동산의 권리를 제한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로 젊은 인력들이 도시로 떠나고 농업인구가 줄어들며 농촌이 일손 부족으로 위기를 겪어 왔다. 그런 배경에서 농업인력 및 자본유입 촉진을 위하여 농지법이 1996년부터 수차례 개정되며 농지 소유의 허용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주말체험영농’과 같이 비농업인들도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였고, 농업회사법인의 취득제한 규정도 완화하여 농지 소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농지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농지를 생산수단이 아닌 투기의 수단으로 일삼는 행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경 만연했던 투기광풍과 난개발에 도외거주자의 농지 취득 건이 급격히 늘었고 땅값이 급등하며 애꿎은 농민들이 피해를 보았다.

농촌에 인력 및 자본유입을 위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오히려 투기행위로 인해 땅값이 오르며 접근이 더 어려워지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이런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도는 2015년 “제주 농지 기능 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도외 거주자의 농지 취득 절차를 강화하였다.

최근 도외 거주자들의 농지 취득에 관한 문의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도외 거주자가 1,000㎡ 이상의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농업경영계획서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육지와 제주를 오갈 때 소요되는 경비 및 체류비 등을 감안하여, 자가 노동력을 50% 이상 투입하여 발생하는 기대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을 충족해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기대소득에 미치지 못할 경우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신청이 반려된다. 또한 취득할 농지가 시설하우스인 경우 인근에 상주하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육지를 오가면서 관리하기엔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농지취득 발급이 제한된다.

1000㎡ 미만의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주말체험 영농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주말·체험영농의 시기 및 주재배 작물 등을 기재하여야 하며, 매년 실태조사를 통하여 취득 후 목적대로 실행하였는지 확인한다.

농지를 취득한 이후 소유 농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은 경우 '농지법' 제10조에 따라 처분의무를 통지할 수 있다. 농지처분의무를 받고 처분의무기간 1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해야하나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한 경우 '농지법' 제12조 규정에 따라 처분명령이 3년 간 유예되고, 한국농어촌공사와 매도위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기간동안 처분명령을 유예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 동안은 경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매년 조사가 이뤄지며 처분명령을 받지 않고 유예기간이 지난 경우 처분의무는 종결된 것으로 본다.

처분의무기간동안 처분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농지법' 제11조 규정에 따라 처분명령이 부과된다. 처분명령을 통지받은 이후 6개월 이내에 농지를 처분해야하며,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농지법' 제62조에 따라 해당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처분할때까지 매년 1회씩 부과하게 된다.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더라도 농지를 처분하지 않았다면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되기 때문에 처분하지 않고 버틸수록 부담은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강력한 행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농지 투기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농지취득 심사 요건을 강화한 이후 현재까지 농지취득 건수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서귀포시 농지취득건수가 8,362건(1,818ha)이었으나 2020년에는4,044건(616ha)으로 취득건수는 4년 간 51.6% 감소하였다.

또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하여 총 4,883필지(515.8ha)에 대하여 처분의무를 부과하였으며 처분이 진행중인 필지는 643필지(44.3ha)이고 소유권 이전이나 유예기간 만료로 처분이 종결된 필지는 2,290건(237.2ha)이다. 농지처분 조치가 농지투기 심리를 억누르고 신규 매수자에게도 충분히 경각심을 심어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신도시 투기의혹사태를 계기로 농지 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며, 다시 농지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에 따르면 귀농 및 건전한 체험영농의 목적의 농지취득은 저해하지 않되, 농지취득 심사체계 및 사후점검을 강화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여 농지 투기를 억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농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농지의 보존은 중요한 문제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로 매년 하락하는 추세이고 상당수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난개발과 투기로 농지잠식이 진행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농지는 투기꾼들의 재산증식 수단이 아닌 농민의 농민에 의한 국민 모두를 위한 농지가 되어야 한다. 제주의 농지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미래 성장산업으로 가치를 키워 제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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