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사람이 안 다니면, 산책길은 사라지고 쓰레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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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사람이 안 다니면, 산책길은 사라지고 쓰레기만..
  • 고현준
  • 승인 2021.11.04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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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5코스 금성포구-고내포구..10월의 마지막 날 포근한 올레길은 사랑의 길

 

 

봄처럼 포근한 날씨를 보였던 10월의 마지막 날인 10월31일..

바로 다음 날(11월1일)부터 코로나 19로 묶였던 모임과 식당 등의 영업시간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 때문이었는지 제주해변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제주올레15코스 하프코스를 걷고 있는 올레꾼 고광언, 안건세 선생 등과 셋이 이날 종점이 될 고내포구로 차를 달려 10시40분 경 도착했다.

고내포구에는 본지 시민기자로 활동중인 고내리 고송자 어촌계장이 있는 곳이라 잠시 들러 인사를 하고 점심 때 걷고 나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물질 끝나는 시간이 달라 결국 이날 다시 보지는 못했다.)

처음 이날은 그냥 거꾸로 걸을까 하다가, 마침 지나가던 빈 택시가 나타나 이 택시를 타고 금성포구로 향했다.

금성포구는 아직 이 지역 기사들에게도 쉽게 가는 길은 아니었던 듯 결국 읍 경계인 다리를 지나는 바람에 한림읍쪽 비단교 입구에서 내려 걷기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다리를 지나면서 보니, 알작지와 함께 바다와 어우러져 오묘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곳은 이날 다시 봐도 비경이었다.

특히 바다로 흘러드는 금성천이 만든 삼각주가 이 지역 바다를 신비롭게 만들고 있었고 알작지가 살아있는 특이한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 정자앞에 놓인 중간스탬프를 찍고 길도 없는 해안가를 따라 걷기로 결정했다.

돌을 잡고 걸어야 하는 위험한 길.. 가까이 곽지해변이 보이는 이곳 해안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해 뭔지 모를 신비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같은 경험은 올레길을 벗어날 때 가끔씩 만나는 장관의 모습이다.

겨우 길을 찾아 나오니 바로 곽지해변에 당도했다. 이곳에는 노천탕인 과물노천탕을 만들어 놓았다.

여름에 민물로 몸을 씻는 곳이다.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어진 이곳으로 들어서니 여름철과는 달리 맑은 물이 아주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또한 이곳을 나와 뒤쪽 해변을 보니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곽지해변이 자랑하는 하얀 모래사장을 지나는데 묘한 글씨가 보였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는 듯 등뒤에는 대장아빠, 실세엄마, 효녀딸, 무쓸모아들, 성실한 며느리 등의 글자가 쓰여진 하얀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이런 것이리라.

그런 모습은 보는 사람조차 즐겁게 만든다.

그런데, 걷다가 만난 음수대라고 쓰여진 이곳 식수대로 가 보니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한 곳은 완전고장이었고, 물이 나오는 구멍이 하나도 없었다.

두 번 째 음수대는 2개는 되고 2개는 되지 않았다.

여름이 아니라 그런 것일까.

캠핑족도 많던데..이곳에서 물을 마시는 일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지해변은 하얀 모래밭과 어우러진 바다가 일품이다.

이 해변 끝에 사람이 서 있으니 그냥 그림이었다.

그렇게, 사람은 자연과 어울려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이곳을 다 걸어나오니 드디어 한담해변에 도착했다.

한담은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곳이라 부연설명은 할 것도 없지만..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한담길을 걷는 중이었다.

한담은 길도 아름답지만, 가을이 되니 억새와 함께 보는 그 길은 아름다움이 몇 배가 됐다.

 

 

 

한담길은 그저 걷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길이다.

아름다운 이 길 끝에서는 카누를 타는 사람들로 또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2군데의 카누를 타는 곳이 영업을 하는 중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핫플레이스로 이름난 한담..

이곳에 수없이 생긴 카페에서 만든 길이 한담길로 이어지고 있었고..그런 일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것으로 보였다.

이런 작업은 예전에도 계속 문제가 제기됐지만 업자들의 승리로 끝난 모양(?)인지 자연스럽게 이 길을 손님들이 한담으로 가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표해록을 쓴 장한철의 생가가 이곳에는 또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집안으로 들어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아담하게 지어진 초가집이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와 사람들로 가득했던 한담마을을 지나니 이제 그 유명한(?) 애월산책로로 이어진다.

애월산책로는 한경면 월령선인장마을보다는 부족하지만 자연산 선인장군락지가 숨어 있는 곳이다.

이번에 걸어보니 환해장성은 거의 다 허물어져 위태로웠고, 산책로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올레길은 마을 안길로 안내돼 있었다.

예전에 몇 번 걸었던 길이라, 우리는마을 안쪽이 아닌 예전 애월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해안변에는 해안쓰레기가 가득 했다.

이곳에는 유독 그물과 어구들이 많이 발견됐다.

사람이 다니건 안 다니건 해안변은 깨끗하게 치워져야 할 텐데..

이곳 애월산책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곳으로 기억하게 했다.

예전에는 데크가 있었지만, 지금은 데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입구에는 벽을 쌓아 사람의 출입조차 막아 버리니.. 너무나 아까운 곳으로 남은 산책로가 되고 말았다.

 

 

 

애월항을 지나 고내포구에 도착하니 어촌계 해녀분들은 열심히 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내어촌계 해녀분들이다.

푸른 바다가 숨쉬는 그곳을 지난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고내포구에 당도했다.

제주올레15코스 종점이자 16코스 출발점인 고내포구에는 새로운 제주올레안내소가 세워졌다.

이날 처음 만난 이곳 직원은 “15코스는 올레리본을 따라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10월의 마지막 날 바다도 마음껏 즐겼고, 사람도 원없이 보았다.

중산간 올레길과는 달리 해안도로를 걷는 올레길은 올레꾼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도 만나지만 가을철이 되니 올레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올레를 걷는다는 올레꾼으로서의 그 마음은 서로 같으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송자 어촌계장이 전화를 했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좀 기다리셨으면 좋았을 텐데..”

힘든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 해녀분들을 위해 막걸리 몇 병을 놓고 온 일에 대한 감사의 전화였다.

더욱이 고향이 구좌읍 하도리라 같이 간 고광언이 학교 선배라며 금방 가까운 사이가 됐고 또한 같이 근무하던 직원 어머니도 이곳에서 만나 올레꾼 고광언은 오랜 만에 옛직원과 통화까지 하는 일까지 생겨서 더욱 그랬을 것 같다.

제주도는 한사람만 건너면 모두가 괜당이 된다.

“다음 주에 또 고내포구로 가야하니 그때 또 뵙지요..”

그 분은 “작업이 끝나면 잡아온 소라에 술 한잔 같이 하자”고 했다.

작은 인연이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은 늘 이야기꺼리를 선물한다.

싱싱한 소라에 소주 한잔을 기다리며..

올레꾼 고광언(오른쪽), 안건세 선생

 

 

 

고송자 고내어촌계장(왼쪽에서 두번째) 등과 함께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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